본문 바로가기
ESC 버튼을 누르면, 전체 메뉴 보기 창이 닫히며, ESC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전체 메뉴 보기 메뉴 내에서만 포커스가 반복됩니다.

Contents

Vol. 100

Cover Story ERICA 본관에 연말을 알리는 찬란한 빛이 내려 앉았습니다. 올 한 해 ERICA는 혁신과 성장, 끝없는 도전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모든 성과는 온 힘을 다해 달려온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빚은 값진 결실입니다. 100권의 HY ERICA에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대학 구성원의 모습, 그 노력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비전의 사람이 모인 이곳, ERICA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해양융합공학과 예상욱 교수

기후 임계값, 작은 문제가 큰 위기를 불러 일으켜

2022년 여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유럽 및 북미 곳곳에서 재해 수준의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가 발생했고 8월 초순에는 100여 년 만에 최대 일 강수량 기록을 넘어서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날씨를 예보한 이래 처음 올해 8월 집중호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어느 미래 학자의 말처럼 기후변화는 인류가 고민해야 할 유일한 화두가 되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라는 용어보다 ‘기후위기’란 말을 더 많이 쓴다. ‘변화’가 단지 상황을 설명할 뿐, 그 정도나 심각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이에 따른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8월 발간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20~30년 이내에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폭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또는 2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또는 2도 상승할 경우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날씨와 다양한 기후 변동성이 어떤 급격한 변화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 최근 기후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기온의 1.5~2도 증가와 ‘기후 임계값’과의 상관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임계값이란 균형을 이루던 것이 깨지고 급속도로 특정 현상이 커져, 작은 변화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기후 임계값에 접근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기후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상고수온 현상이 불러온 해양 생태계의 변화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역 중 특히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의 해양·수산 분야 연구에 의하면 육상·담수 생태계의 약 54% 생물종은 지구 평균기온이 2~3도 증가 시 돌이킬 수 없는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며 해양·연안 생태계 수산자원은 21세기 후반 약 1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전 세계적으로 표층수온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역 중 하나다. 지난 53년간(1968~2020년)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2도 내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0.53도 상승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수온 상승률이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표층수온의 증가에 따른 이상고수온(Marine Heatwaves) 현상의 발생 빈도도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IPCC의 2019년 “해양 및 빙권에 관한 특별보고서”는 전 세계의 이상고수온 현상이 1980년대 이후 빈도가 두 배 이상 급증했으며, 강도도 매우 세어지고 있다고 보고하며 향후 이상고수온 현상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해양 표층수온의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연근해 주요 서식 어종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거의 멸종돼 전혀 잡히지 않는 데 비해 난류성 어종인 멸치와 오징어 어획량은 크게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1981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멸치, 명태, 갈치 순이었는데 2020년에는 멸치, 고등어, 갈치 순이 되었고 1980년 연간 어획량이 16만 톤에 이르렀던 명태는 2004년에 100톤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가 2008년에는 급기야 어획량이 0으로 기록됐다. 나아가 우리나라 연근해의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성장하는 1차 생산자의 양과 서식 면적이 줄어드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바다 생태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기후 체제, 명확한 대비책과 대응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혁명 대비 1.5~2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최근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명시적 구분 없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노력 등에 동참하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2015년 채택하여 소위 “신기후 체제”의 기본 틀이 수립되었다. 신기후 체제의 목표는 금세기 말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5년 단위로 파리협정 이행 전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종합적인 이행점검을 도입하였다. 즉 국가별 온실기체 감축에 대한 기여방안을 스스로 정하여 매 5년마다 감축에 관한 목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파리협정에 참여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95개국 국가는 파리협약에서 제시된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후변화 감시, 완화 및 대응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 신기후 체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신기후 체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선언했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는 상향 안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사회 구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기후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더라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또는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이 신기후 체제의 목표지만 그 가능성은 무척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기상 발생 특성의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인명·사회·경제적 손실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정확도 높은 미래 기후 전망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미래 기후 전망 결과야말로 기후위기가 가져올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산업·사회적인 측면에서 선제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극한 기상 및 이상 기후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진단, 나아가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기후위기를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높은 정확도의 기후 전망 결과는 기후위기 시대 경제·산업·사회 모든 영역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