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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00

Cover Story ERICA 본관에 연말을 알리는 찬란한 빛이 내려 앉았습니다. 올 한 해 ERICA는 혁신과 성장, 끝없는 도전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모든 성과는 온 힘을 다해 달려온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빚은 값진 결실입니다. 100권의 HY ERICA에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대학 구성원의 모습, 그 노력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비전의 사람이 모인 이곳, ERICA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연구진과 함께한 ERICA의 젊은 연구자들

ACM CCS(Associate for Computing Machinery conference on Computer and Communications Security)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컴퓨터 보안 분야 학회다. 매년 11월 전 세계의 정보 보안 연구자들과 산업체 실무 관계자, 개발자 1,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학술적 성과를 공유하고 나아가 훗날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발견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특히 이러한 권위 있는 학회에 발표를 한다는 것은 연구 성과로써 새로운 가능성의 촉발지점을 만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연구자에게 매우 뜻깊은 기회다. 2022년 미국 LA에서 열린 ACM CCS 학회에 소프트웨어학부 이석복 교수와 임재민, 유현우, 김기연 박사생이 논문 발표자로 선정되어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치고 돌아왔다. 이들이 학회 발표자로 선정되어 참석한 것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18년도에는 비디오 프라이버시 관련 연구로 논문 발표를 했고, 올해는 오디오 프라이버시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2018년 ACM CCS 학회 또한 한양대 최초로 참여했다. 비디오 프라이버시와 오디오 프라이버시. 두 영역이 가진 공통분모가 연구의 시작이었다고 임재민 박사생은 설명했다.

“저희 연구 과제의 출발은 블랙박스 공유 시스템 구축이었어요.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하고 수집, 공유하는 방식이 현재까지도 현수막과 같은 구시대적인 경로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죠.”

연구팀은 블랙박스의 영상 공유 시스템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영상 데이터의 보안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비디오와 오디오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인 만큼, 각각에 특성에 맞는 공유 시스템 상의 보안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우선으로 연구하게 된 비디오 프라이버시를 통해 위조 방지,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사후 처리에 관해 성공적인 연구를 수행했고 이석복 교수 연구팀은 연구의 연장선에서 오디오라는 영역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번 논문은 대화 녹음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와 원본 증명이라는 상충된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디바이스 실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 처리를 한 이후에도 원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가 녹음한 오디오를 공개하거나 공유할 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처리를 위해 원본 음성을 기계음으로 덮거나 목소리 변조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본 시그니처 데이터는 무효화 된다. 즉 이후 공개된 녹음의 원본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석복 교수와 세 명의 박사생은 이와 같은 원본의 유효성이 유지되는 오디오 레코딩 및 공유기법을 개발해 상충된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기술을 발표했고 학계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연구를 통해 더 나은 변화를 불러오길

사생활 보호, 데이터 정보 처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만큼 이번 연구팀의 연구가 기술로 개발되어 확산된다면 높은 수요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전 영역을 걸쳐 우리의 일상에도 서비스 향상을 위한 명목으로 개인정보 수집 등 프라이버시 노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이용자는 보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재한 채로 프라이버시 노출 문제에 방치되어 있다. 연구실은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레코딩, 음성 인식 서비스에 있어 데이터 처리 및 수집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녹음을 하고 그 음성을 변환하고 가동하는 것은 스피치 텍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기술이 주는 편이와 효율성이 매우 크지만 이것이 프라이버시 노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정말 드물어요. 회의 녹음, 통화 녹음까지 음성 인식 성능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서비스 제공자가 그 녹음 정보를 전부 수집, 보관하고 있거든요. 엄격한 기준으로 볼 때 이러한 것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보고, 그 구조를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간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보관 방식에 나타나는 구조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석복 교수는 강조했다. 이용자의 편이를 제공하면서도 그 민감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은 세 연구자가 가진 공통의 연구과제다. 정보보호에 대한 책임감 있는 정책과 기술을 통해 서비스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는 것이 연구생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 이뤄지는 개인 정보 수집의 메커니즘을 극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술적 성과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연구에 함께한 김기연 박사생은 “종이에 지나지 않는 연구가 아니라 세상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덧붙이면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은 AI기술과 빅데이터 기술 고도화에 따른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유현우 박사생은 진행해온 연구의 연장선에서 심층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싶다면서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주제의 제품개발을 고려하여 연구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ACM CCS 학회에서 임재민 박사생의 발표와 논문이 해외 연구진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ACM CCS 컨퍼런스에 참석한 연구진 (좌측부터) 이석복 교수, 임재민 박사생, 김기연 박사생, 오희국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유현우 박사생

종이에 지나지 않는 연구가 아닌
세상에 파급력을 미치는 기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쉽게 주어지지 않았기에 더없이 값진 결과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를 공부할 때, 근간이 된 논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흐름을 잡아가기 마련인데,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잘 모르겠다는 결론뿐이었어요. 결국 정도 외엔 답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처음부터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디오 프라이버시를 연구하기에 앞서 음성 처리 분야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김기연 박사생은 해당 분야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 했지만 결국은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시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19년부터 시작해 이번 2022년 학회 논문 발표에 이르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의 가능성, 촉발 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이뤄졌다.

“제가 학생들에게도 자주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연구자는 고립감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과가 나오기 까지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우리 팀원이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것에 신경을 썼죠.”

연구자에게는 결과를 얻기까지 외로움의 시간이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덧붙인 이석복 교수는 동시에 그러한 외로운 시간이 역설적이게도 독창성을 추구하는 연구자의 특권이라 설명했다. 모두가 지친 상황 속에서 임재민 학생은 끈기 있게 촉발지점을 찾아 나섰고, 이후 세 학생은 함께 연구를 통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다. 이후 학회 발표 논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에도 세 학생은 2018년과는 다르게 다소 차분하고 담담하게 발표 준비에 임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주목받은 논문이라는 점은 큰 성취이지만 이조차도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한 터다. 논문 발표를 주도한 임재민 박사생은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한 팀으로 서로를 든든히 지탱해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함께 해온 8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고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감회를 전했다.

연구는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많은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모여 응축된 결과다. 영광스러운 순간, 고된 시간을 함께해온 연구실 멤버들 사이에는 ‘전우애’가 느껴진다. 모두가 함께여서 더 값진 결과. 학회 발표라는 성취와 결과는 지나가지만 함께해온 시간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앞으로의 여정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석복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김기연

(소프트웨어학부 석 · 박사통합과정 16)

임재민

(소프트웨어학부 박사과정 17)

유현우

(소프트웨어학부 박사과정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