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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00

Cover Story ERICA 본관에 연말을 알리는 찬란한 빛이 내려 앉았습니다. 올 한 해 ERICA는 혁신과 성장, 끝없는 도전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모든 성과는 온 힘을 다해 달려온 대학 구성원의 노력이 빚은 값진 결실입니다. 100권의 HY ERICA에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대학 구성원의 모습, 그 노력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비전의 사람이 모인 이곳, ERICA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세계 학술계가 주목하는 앞선 연구 역량 보유

난연제(flame retardants)는 화재 발생을 지연시키기 위한 화학물질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전자기기 등 실내 다양한 제품에 난연제가 함유되어 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는 중요 물질이지만 일부 난연제의 경우 환경에 배출될 때 매우 높은 생물축적성과 독성을 나타내고 지구 전 방위로 이동하며 생태계와 인체에 영향을 미쳐 생산과 소비가 철저히 규제된다. 난연제 국제학술대회는 바로 이러한 규제 물질에 관한 다각적 연구 성과를 학계와 기업, 정부 기관과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난연제 국제학술대회는 브롬화 난연제를 비롯한 다양한 난연제 물질의 환경 중 오염도, 생물 축적 프로세스를 비롯해 인체 위해성 평가와 신규 분석기법 개발, 대체 난연제 개발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난연제 국제학술대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 학술대회로 제11차 학회는 2024년 4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학회엔 30여 개국, 약 300여 명의 과학자 외에 정부와 관련 기업이 참여해 산업계와 관련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효방 교수는 본 학술대회의 국제자문회의로부터 대회 개최를 제안받았고, 이를 수락하며 국내 유치를 확정하게 되었다. 전 세계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는 국제적 학술대회 개최는 연구자로서 매우 큰 의미일 터다.

“국제학술대회 유치는 연구자의 글로벌 연구 경쟁력과 유치국 의 연구 역량을 감안해 제안되며 유치가 결정됩니다. 개인적으로 국제적 연구자로서 그동안의 연구 활동이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유해화학물질 분야 석학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자문회의로 부터 제안된 결과인 만큼 문 교수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연구자 평가의 기준이 논문 수와 인용도 등 계량화된 수치가 아닌 연구 분야에 대한 동료 평판도에 의해 인식된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연구자의 평가는 여전히 분야별 동료에 의한 평 판도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량화된 점수를 넘어 퀄리티있는 연구로써 어떠한 파급력과 트리거(trigger)를 나타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연구의 새로운 길을 내는 촉발 지점으로 역할하기 위해선 연구자의 분명한 확신과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더불어 정설로 굳어진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용기 또한 중요한 요소다. 문효방 교수는 무모해 보이지만 그러한 용기와 연구를 통 해 수많은 유해화학물질 분야 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가능성 에 물꼬를 트여주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묵묵히 연구로써 자 기만의 길을 만들어 온 결과는 문 교수를 국제적 연구자로 인정하도록 이끌었다.

유해물질 관리 방안을 도출해 생태계를 포함한
인간 모두에게 유익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연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문효방 교수가 이끌고 있는 휴먼·생태분석연구실(HEAL)은 산업 현장 못지않은 최신식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현장 감각과 연구 퀄리티를 향상시키고, 산업계에는 연구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휴먼·생태분석연구실은 사람의 건강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환경에 잔류하는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위해성을 평가하는 연구실입니다. 인간이 생산하고 사용한 화학물질이 환경을 거쳐 생태계 순환과정 이후 다시 인간에게 다가올 때 이에 따른 위해성을 평가하고 화학물질 저감을 위한 과학적이고 정책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루에도 약 5,000개 정도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등록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화학물질은 곧 현대인이 겪는 다 양한 질병으로 그 영향력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문효방 교수 연구실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의 다매체 거동 평가를 비롯해 야생동물을 이용한 바이오모니터링 기법을 개발하고 비표적 스크리닝 분석 기법을 개발하는 등 유해화학물질이 인체에 노출되는 모든 경로를 확인,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문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와 비전은 무엇일까.

“궁극적인 목표는 유해물질 관리를 위해 정부와 기업, 연구자,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감 하고 합의하는 유해물질 관리방안을 도출해 생태계를 포함한 인간 모두에게 유익한 연구를 수행하고, 기업에 있어서도 지속 가능한 기업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화학물질에 관한 사안은 산업계에 있어 매우 민감한 주제다. 정부 주도하에 규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첨단기업은 가속화 된 연구개발에서 발생하는 미규제 화학물질로 인해 추후 문제 발생 우려가 있고, 영세 기업은 규제를 따라갈 자본과 기술력에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산업계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높이고 화학물질 전반에 걸친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문 교수는 연구자들과 산업계의 소통을 위해 난연제 국제학술대회와 같은 학회가 지닌 중대한 의미를 강조하면서 산업계의 적극 참여가 이뤄져야 함을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상 수출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개선의 의지가 있지만 관련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아 고민이 깊죠. 그래서 기업들로부터 의뢰가 오면 유해성 평가와 더불어 임직원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학계와 기업이 함께 소통하며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연구자로서 문 교수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계가 인정하는 첨단기술과 연구를 지역 현안에 적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며 산업환경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점에 있다.

“시화와 반월공단의 소규모 사업장이 가진 어려운 여건을 해 결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2022년 현재 약 200여 개의 기업을 방문해 대기배출시설에 대한 기술적 지원과 자문을 수행했는데요. 그 결과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가 14~50%까지 저감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영세기업부터 첨단기업까지 환경문제의 범위는 매우 방대하다. 실질적 개선을 이끌기 위한 현장에서의 활동부터 기업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기 위한 자문과 교육까지. 문 교수의 활동 은 문제의 반경만큼이나 넓고 다양하다.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문효방 교수에게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던지는 본질에 가까운 질문들이라고 한다.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을 마주할 때 문 교수는 연구자이자 교수로서 도달해야 할 궁극의 과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에 연구자의 열정이 보태지면 규제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