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FFD LAB은 레드닷, 다이슨, 스파크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려진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그야말로 휩쓸었다.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실용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보다 세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 것인지를 깊이 있게 통찰하고 예측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진짜 역량이죠.”
2025학년도 FFD LAB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그야말로 휩쓸었다. 레드닷, 다이슨, 스파크. 이름만 들어도 알려진 수많은 공모전에서 학생 부문 ‘최우수상’을 ERICA 디자인대학 학생들이 차지했고, FFD LAB 최종우 학과장의 멘토링이 그 뒤에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공모전 수상이라는 자랑스러운 스펙이 남았지만, 스펙 한 줄로는 요약할 수 없는 가치를 얻은 프로젝트가 됐을 터다. 그 배경에는 디자인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게 한 연구실의 코칭이 한몫했다.
최종우 산업디자인학과 학과장이 ERICA에 교수로 임용된 해가 2023학년도 2학기. 연구실 문을 연 해는 2024학년도로, 이제 겨우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연구실이지만 FFD LAB이 보여준 다양한 성과는 놀라움 그 자체다. 연구실 문을 처음 열 때부터 최종우 학과장은 ‘국내 디자인대학 연구실’의 전형을 깨고 싶었다.
“연구실의 명칭을 정할 때 단순히 대학 내 연구실에 머무르기보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 조직의 인상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일단 폐쇄적인 느낌을 벗어나는 것, 기업 내 조직과 같은 콘셉트를 가질 것, 그리고 학교가 말하는 기존의 아카데믹한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흠모할 만한 반짝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디자인 연구실로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유연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인상을 줄 수 있을지 연구했고, 연구실의 이름도 ‘퓨처 폼’이라는 명칭을 달게 됐다.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의 범위 안에서 다양한 것을 포용하기 위한 이름이다. 시대에 맞게 학생도 변하고 있으니, 대학도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최종우 학과장의 말. 그 역시 FFD LAB에서만큼은 교수보다는 ‘디렉터’로서 역할을 다한다. 가르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리더로서 함께 밤을 지새우고 고민하는 리더십과 오너십을 겸비한 리더로서 함께 한다. 이것이 젊은 Gen-Z세대의 학생들과 소통하는 그의 방식이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도 따라오더라”며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교수법 지론 때문만은 아니다. 교수로 임용되기 전 글로벌 F1, 스포츠카 기업 ‘맥라렌’을 거쳐, 컴퓨터 및 디지털 주변기기 기업 ‘로지텍’에서 MX 시리즈 제품을 담당하고, 퍼스널 워크스페이스 프로젝트를 리딩했던 실무 경험이 교수로서의 역량, 그 베이스를 형성했다. FFD LAB 1호 대학원생이자, 최종우 학과장의 스타트업에 함께 하게 된 김종하 선임디자이너는 FFD LAB을 ‘열린 연구실’이라고 표현한다.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 학생으로서 참여하기에 어려운 프로젝트들이고, 실제 클라이언트로부터 요청을 받아 디자인부터 제품 양산까지의 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실제 현장의 여느 디자이너보다 훨씬 열려있고 깨어있는 생각을 발산하는 팀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산학 프로젝트를 원하는 기업 역시 대학으로부터 열려있고 유연한 생각을 찾길 원하는 만큼, 저희 연구실은 실무와 대학 연구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우 학과장이 꿈의 직장을 내려놓고 교수로 한국에 들어온 2023년은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급물살을 타던 때다. 그 역시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AI 워크숍을 계기로 외부 디자인 에이전시를 비롯한 대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AI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앞으로 디자이너를 비롯한 전 직군에서 AI를 선택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AI 활용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기를 권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Gen-Z세대들은 현업 실무자들보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을 뿐 아니라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이 앞으로 더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죠. 저는 가까운 미래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특정 분야를 뛰어넘어 시스템 디자이너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FFD LAB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협업에서 AI를 적극 도입한다. FFD LAB의 연구원인 권혁우 디자이너는 “AI 활용은 곧 실무자의 무기”라고 경험을 덧붙였다.
“현재의 AI가 완성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물론 활용은 개인의 역량에 달렸지만, 앞으로는 AI를 더욱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시대가 될 테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부터 제품 양산까지 커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자인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단순히 심미성을 갖춘 외형적 가치만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건드리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 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할 방향. 전통적인 산업디자인 프로세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려운 환경 중심에 AI가 있으며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서로의 영역을 과감히 넘나들 때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이것이 최종우 학과장이 이끄는 LAB의 이름, ‘Future Form’의 핵심이다.
“디자이너들이 하루아침에 공학적 베이스를 갖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죠. 엔지니어들은 정답과 오류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유연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때 비로소 서로의 영역에서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문장처럼, 기존의 세계를 깨뜨리려는 시도와 투쟁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만든다. FFD LAB이 추구하는 연구는 AI와 공생하게 될 신인류 문법에 맞는 디자인의 키가 될 것이다.
최종우 학과장은 앞으로 디자이너를 비롯한 전 직군에서 AI를 선택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AI 활용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