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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장질환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지만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국내에서는 2위)이다. 그럼에도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예방에 치중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심혈관 질환에 대해 대규모 연구비를 책정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암 연구에 비해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동물 모델을 구축할 기술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손에 꼽히는 몇몇 연구자들만이 심장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이 정동탁 교수다. 정동탁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미국 하버드대학과 일본 도쿄대학에서 심장병 연구 기술을 익혔다. ERICA에 부임한 뒤 초음파 장비, 심장의 압력과 부피를 측정하는 장비, 동물 모델 수술 인력과 장비 등을 구축해 심부전의 칼슘 조절 이상이나 심장 섬유화 등 심장질환의 기전 연구 및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매진해 왔다. 심장병 연구에 대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의 척박한 연구 풍토 속에서도 심장병 연구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과기정통부에서 심장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심장병 연구에도 활력이 돋고 있다.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은 줄기세포, 유전체, 의료 기술 등 미래 유망 바이오 기술 분야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축소된 가운데 40억 원이라는 대규모 연구비를 투자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제가 참여하는 3차 사업은 영국 정부의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뱅크’라는 사업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이나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초점을 맞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치료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제 및 멀티 오믹스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된 정동탁 교수 연구팀도 심부전 환자 및 동물 모델의 멀티 오믹스 분석을 통해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조기에 질환을 진단하며, 더 나아가서는 이를 조절해 치료 기술까지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이는 심장병 연구의 첨단화 및 디지털 바이오 혁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동탁 교수가 이끄는 분자의약실험실의 동물실험 모습. 정동탁 교수는 심장병을 연구하는, 손에 꼽히는 과학자다.

기존 치료법이 증상 완화에

머물렀다면 유전자 치료제와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심장질환 연구에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여되고 있는 분야가 심장질환 연구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연구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빅데이터 및 AI 기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선진국과의 연구 환경 차이를 단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구가 가능해지리라 기대합니다.”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바이오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치료제 및 신약 개발에 빅데이터 분석, AI 알고리즘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확성도 높아져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정동탁 교수가 과기정통부에서 시행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것은 국내 빅데이터 분석 연구 분야를 주도하는 빅데이터 전문가 및 AI 전문가 3명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연구그룹을 구성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연구그룹 내에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팀을 구성했다. 과거부터 유전자 발현 분석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각각의 데이터들이 산재해 있어 이를 한데 모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의 혁신성은 이렇게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멀티 오믹스 분석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의 가능성을 높인 점입니다. 기존 치료법들이 증상 완화에 머물렀다면 유전자 치료제와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는 병인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정동탁 교수는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멀티 오믹스 분석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법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분자의약실험실 전경

심장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 혁신적으로 개선

지난 10월 마이크로RNA(miRNA)를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유전자 발현 조절 원리를 밝힌 매사추세츠의대 빅터 앰브로스(Victor Amvros) 교수와 하버드의대 개리 러브컨(Gary Ruvkun)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난치병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miRNA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정동탁 교수는 2014년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의과대학에서 근무할 당시 심근 세포의 칼슘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SERCA2a 단백질의 전사 후 조절에 중요한 miRNA인 ‘miR-25’를 발견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심부전의 칼슘 조절 이상에 관련된 분자적 기전의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miRNA 기술은 신속한 생산과 특정 유전자 표적 치료가 가능해 심장병뿐 아니라 여러 난치성 질환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특정 조직에 원하는 유전자를 전달해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향후 바이오 연구와 의료계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의 실현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심장 섬유화 억제와 같은 miRNA 기반 치료제는 다양한 질병에 응용할 수 있어 앞으로 그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정동탁 교수는 이렇게 심장 섬유화 억제를 위한 miRNA 기반 치료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1차 연도이기 때문에 팀내 연구원들과 워크숍, 심포지엄 등을 진행하며 연구 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1차 연도의 목표는 심장질환의 다양한 원인별로 후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다양한 유형의 심부전 환자와 동물 모델의 빅데이터를 지능형 멀티 오믹스 기반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심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심장 섬유화, 노화 등 다양한 병리를 목표로 하는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사업의 최종 목표다.

“앞으로는 다양한 심장병 모델을 활용해 치료제의 효능을 입증하고, 유전자 치료제 및 전달체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의료 기술을 개발하겠습니다.”

정동탁 교수는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바이오 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