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과는 유·무형 문화유산, 문화 다양성, 지역공동체,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관계성을 관리할 수 있는 21세기형 인문사회과학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고고화학실험실.
박준규 문화인류학과장
약 200만 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인류부터 AI 및 로봇의 시대를 살게 될 미래의 인류까지, 문화인류학은 인간이 이룬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연구하며 사회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학문이다.
“문화인류학은 복잡한 인간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디지털 데이터를 다룬다면 문화인류학은 인간의 기억, 감정, 이야기, 상징, 생활양식, 공동체 경험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현장에서 수집하고 해석하죠. 이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인간 중심의 통합적 해석 능력을 요합니다.”
문학인류학과 학과장인 박준규 교수는 문화인류학은 인간 삶의 복합성과 맥락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2년 10월에 신설돼 1983년부터 신입생을 받은 문화인류학과는 국내 대학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명성과 저력을 갖춘 학과다. 현재 교수진은 6명(겸임교수 1명 포함)으로 문화인류학, 고고학, 고고과학, 민속학 등 다양한 세부 전공자로 구성돼 통합적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관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학교 박물관을 비롯해 학과 산하 부설연구기관인 문화유산연구소, 글로벌다문화연구원, 그리고 고고화학실험실 같은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도 문화인류학과의 강점이다.
“문화유산연구소는 문화유산 조사와 보존, 활용 연구를 수행하고,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이주, 다문화, 도시 공동체, 초국적 문화현상 등을 연구하는 학제적 연구기관입니다. 특히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 시민사회, 보건·의료기관과 협력해 초국적 도시와 문화 다양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 뼈와 동물 뼈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과거 인류의 생활양식과 가축화의 역사 등을 복원하는 고고화학실험실은 ERICA 문화인류학과만의 차별화된 연구 인프라입니다.”
문화인류학과의 교과과정은 크게 고고학과 문화인류학으로 나뉘며, 대학원 과정에서는 고고미술 전공과 사회문화 전공으로 세분화된다. 지난 ‘2025-2028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새롭게 두 가지 특성화 모듈을 구성해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첫 번째 모듈은 ‘문화유산 모듈’로 세계문화유산과 국내 문화 유산 분야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 모듈에서 는 문화유산 조사, 보존, 활용, 박물관학, 디지털 헤리티지 영역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두 번째는 ‘이주와 문화 다양성 모듈’이다. 글로벌 이주 시대에 증가하는 다문화 사회 문제와 도시 문화다양성 쟁점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화인류학적 전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은 이주, 난민, 초국적 공동체, 도시문화, 문화정책, 공공인류학 등을 학습하며 실제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문화인류학과 교과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 중심성과 문제 해결형 교육입니다. 단순히 이론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조사, 참여관찰, 인터뷰, 구술사 연구, 영상 기록, 지표조사 등을 직접 수행하며 연구방법론을 터득합니다. 특히 1983년부터 이어져 온 학과 전체 현지조사는 문화인류학과의 대표적인 총체주의적 경험주의 교육의 전통입니다.”
매 학기 3박 4일간 진행되는 정기 현지조사는 실제 현장에서 문화기술지(ethnography)를 작성하며 인류학적 사고와 실습 역량을 키울 기회다. 현지조사를 떠나기 전 학생들은 문화유산연구반과 문화연구반 가운데 하나에 속해 사전 준비를 하고, 사후 스터디 등 한 학기 내내 장기 프로젝트형 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이러한 연구반 활동을 통해 학부 때부터 연구 기획 능력과 현장 실습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양할 수 있다는 점이 문화인류학과의 큰 장점이다.
또한 외국 대학과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2025년부터 가을학기 현지조사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영상학부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오사카로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문화인류학과는 크게 고고학과 문화인류학으로 나뉘며, 대학원 과정에서는 고고미술전공과 사회문화 전공으로 세분화된다. 지난 ‘2025-2028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새롭게 두 가지 특성화 모듈을 구성해 변화에 대응하는 중이다.
문화인류학은 AI가 다루지 못하는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인간 중심의 통합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문화인류학과는 지역사회, 정부기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공공성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산시와 협력해 이주민 공동체, 도시문화다양성, 상호문화 공존 정책 등에 대한 연구와 학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2025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돼 매년 3억 원의 지원을 받아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초국적 도시유산과 공공역사의 관점에서 연구하며 지역사회 기반 공공인류학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국방부와 협력해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관련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특히 전사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유가족 조사, 전쟁 기억과 공공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고학과 문화인류학, 과학기술이 융합된 학제적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연천 구석기축제의 ‘대중고고학 포럼’에 참여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K-선사문화’를 주제로 고고학 연구 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오늘날 사회는 AI 기술의 발전, 글로벌 이주 확대, 초고령화, 기후위기, 문화다양성 증가 등 복합적 변화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뿐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를 조정하며 공존의 방향을 모색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문화인류학과는 유·무형 문화유산, 문화다양성, 지역공동체,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관계성을 관리할 수 있는 21세기형 인문사회과학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AI 시대를 맞아 문화인류학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는 문화인류학과는 고고과학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는 미래형 인문사회과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