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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제는 에너지

지난 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촉발한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발전소 건설 입찰 경매를 제안했다. 빅테크 기업들에게 전력 비용을 전가하겠다는 속내다. 이미 몇몇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태양광으로 구동하고 복사냉각 방식으로 열을 방출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구상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련의 사건은 모두 AI가 추론 및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서 기인한다.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라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구리 배선 중심의 통신 방법으로는 에너지 위기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빛을 활용해 AI 반도체 칩의 핵심 문제인 에너지 소모와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ASDL(AI Semiconductor Driving Laboratory)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김영현 교수가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광통신 기술 연구에 전념하는 이유다. 이미 ASDL 연구실은 기존 구리 배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리기판에 광소자를 설계, 제작, 평가, 분석하는 첨단 광 패키징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차세대 ‘유리기판 기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SiN) 광집적 플랫폼’을 선보였다.

해당 연구는 유리기판 기반의 차세대 광 재배선층인 ‘SING(Silicon Nitride photonics on Glass)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웨이퍼 수준에서 증명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실리콘 나이트라이드와 금속 반사기를 활용해 기존 기술 대비 10배 이상 집적도와 106Gbps의 초고속 전송 성능을 입증한 것. 해외에 의존하던 광 파운드리 기술의 국산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실제 관련 기업에 5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참여 연구원들도 국제학술지에 논문 발표

더욱더 의미 있는 본 연구의 성과는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각자 담당했던 부분을 발전시켜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 쾌거를 이룬 점이다. 예를 들어 진태원 연구원(나노광전자학과 박사과정 25)이 주도한 ‘패널 수준 패키징에서 확장 가능하고 고밀도 광 재분배층을 위한 유리 기반 질화규소 광 플랫폼’ 연구는 광고·포토닉스 분야의 SCI급 저널 ‘옵틱스 익스프레스(Optics Express)’에 게재됐다.

“AI 모델의 성능이 6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발전 추세를 이어 나가려면 대역폭, 전력 소모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수입니다. AI 연산량 증가를 해결할 수 있는 집적광학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에 유리 기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플랫폼이 적합함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정희윤 연구원(나노광전자학과 석박사통합과정 25)은 ‘유리기판 위 금속 반사체를 갖춘 SiN 격자 커플러의 구현’ 연구를 수행해 ‘IEEE 포토닉스 테크놀로지 레터스(IEEE Photonics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정희윤 연구원은 이에 앞서 해당 연구의 토대가 된 최종 설계 결과를 JJAP(Japanese Journal of Applied Physics)에 발표하기도 했다.

“JJAP에 발표한 논문이 설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두 번째 발표 논문은 실제 공정과 측정을 통해 압도적인 성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제가 설계한 수치가 실험 데이터로 증명돼 공학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위해 전진

김영현 교수는 평소 연구원들에게 국제 학회나 학술지의 논문 발표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연구원들이 행여 해이해질세라 직접 마감 일정을 챙기기까지 한다.

“훌륭한 공학자를 양성하는 것 또한 저의 중요한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연구원들이 저보다 더 깊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니까요. 평소 연구원들에게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김영현 교수는 지난해 8월 ‘와이케이포토닉스’를 창업해 연구원들에게 몸소 본보기가 되었다. 국내에 상용화된 광 파운드리 인프라가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광통신 기술을 산업계에 안착시키는 것. 이를 위해 우직하고 성실하게 전진할 것을 약속했다.

MINI INTERVIEW
진태원 연구원(나노광전자학과 박사과정 25)

신진 연구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진태원 연구원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수행하며 보이는 소자의 거동이나 실험을 진행하며 선배의 연구방법, 장비 매뉴얼의 사용법 등에 왜 그런지 의문을 품고 알아보는 습관이 있어야 연구자의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설득력인데, 아무리 대단한 발견을 해도 설득시킬 수 없다면 소용이 없기에 어찌 보면 첫 번째 자질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향후 연구 계획 및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진태원 연구원집적광학의 여러 광소자를 파고들어 실제 산업에 적용될 만한 응용연구를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이를 기반으로 석사과정 주제였던 강유전체와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입니다. 그 결과 축적된 집적광학 분야의 역량을 토대로 실제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이자 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정희윤 연구원(나노광전자학과 석박사통합과정 25)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유리기판 위 금속 반사체를 갖춘 SiN 격자 커플러의 구현’에 대한 연구의 우수성을 소개해 주세요.

정희윤 연구원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은 빛이 아래로 새어 나가기 쉬워 광결합 효율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반사기가 포함된 유리기판 위에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기반의 그레이팅 커플 러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빛의 소실을 막아 광결합 손실을 기존 대비 4.3dB 이상 개선했으며, 초고속 데이터 전송 시험을 통해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향후 연구 계획 및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정희윤 연구원단기적으로는 광결합 손실을 극한으로 줄여 이론적 한계치인 Sub-dB(1dB 미만)급 세계 최고 수준의 광소자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연구실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되어 대한민국이 CPO 및 차세대 유리 기판 패키징 시장을 주도 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이론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자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