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방학을 맞아 한산해진 캠퍼스에서는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과 사회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카카오 안산 임팩트 챌린지 with ERICA IC-PBL’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다양한 지역 현안 중 ‘외국인 인구 증가’를 주제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방안’을 연구한 AAA팀은 안산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다.
2박 3일에 걸쳐 진행된 ‘카카오 안산 임팩트 챌린지’는 디자인 씽킹과 IC-PBL 교육을 활용해 안산 지역문제를 발견하고 ERICA, 카카오, 안산시가 협업해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현장과 사용자 중심의 실질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주안을 두고, 이를 실현 가능한 제도와 정책으로 완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5명씩 10팀으로 구성된 ERICA 학생들은 선정한 주제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대안의 필요성, 구체성, 실현 가능성, 지속성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이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해 1위를 차지한 AAA팀은 ‘놀러 와요, 안산의 숲’이란 제목으로 아이디어를 제안,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방안을 발표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소개한 마을 교육 실현 계획은 평가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AAA 팀명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Ansan Associate Ansan’의 약자로 안산시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고, AAA 배터리처럼 안산시의 변화 동력을 꿈꾸며, AAA 채권처럼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팀이 되겠다는 뜻이다. 팀 구성원은 ‘외국인 증가 현상’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인류학과, 중국학과, 컴퓨터학부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꾸려졌다. 이들이 해외 이주민 중 이주배경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팀장 이진민 학생에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안산 시내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정되어 있더라고요. 부모님을 따라 이주해 온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 공백 해소와 문화 적응이라고 생각해 마을 교육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이주배경 아동 · 청소년을 위한 지원이 부재한 점과 더불어 박상민 학생은 ‘외국인과 지역 주민 간 교류할 오프라인 공간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이주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더라도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 보니 적응하기가 훨씬 어렵다. 결국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주 청소년 비율이 높아졌고, 일탈 현상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기도 한다. AAA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마을 교육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학습 이전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어른을 만날 수 있는 정서 공동체 역할을 맡는다. 일반적인 학교가 아닌 실생활에 필요한 문화와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에 가깝다.
카카오 안산 임팩트 챌린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크게 ‘인스파이어 트랙’과 ‘어스파이어 트랙’으로 나뉜다. 인스파이어 트랙은 2박 3일간 합숙을 거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체화한다. 이 트랙에 참여한 열 개의 팀 중 세 팀만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어스파이어 트랙에 참여하게 된다.
인스파이어 트랙에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하고 수용하는 디자인씽킹 단계, 정해진 아이디어를 토대로 문제 상황에 처한 당사자를 상상하는 페르소나 단계가 있다. 이후 문제 해결 과정에 얽힌 사람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임동희 학생은 “침대에 누워 자기 직전까지 논문과 기사를 읽으며 외국인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당사자를 고민했고 그중 한 논문에서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학습 중단에 대한 문제를 포착해 페르소나로 정했다”라고 답했다. 페르소나가 정해지면 아이디어를 모아 대안을 마련한다. AAA팀에서는 남다른 집중력으로 프로젝트에 몰입해 각자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팀의 특이한 성향에 대해 이진민 학생은 웃으며 설명했다.
“다양한 의견에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팀원 다들 주관이 확실해서 서로 이견이 많았습니다. 결국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본인 생각에 잘못된 의견은 직설적으로 반박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팀이나 멘토님이 보기엔 싸우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에게는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거리낌 없는 소통과 토론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박상민 학생은 팀원 모두가 MBTI 중 T(사고형) 성향임을 강조했다.
“공감할 시간에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문제 자체에 몰두해 잡담도 없이 의견을 공유했죠. 팀원끼리는 괜찮았는데 주변분들은 많이 오해하시더라고요. 결국 멘토님 오해를 풀고자 억지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드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AAA팀은 올해 하반기부터 어스파이어 트랙을 통해 ERICA에서 IC-PBL 수업을 듣고, 안산시와 함께 실제 마을 교육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준비하게 된다. 이강민 학생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입을 열었다.
“마을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장소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안산시 평생교육원에서 다문화 교육을 준비하고 있어 이곳에서 장소를 제공받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 단계에 대학생들이 봉사 형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AAA팀은 선생님으로 참여하는 지역 주민과 대학생을 선발하고,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 내 실질적인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기능할 수 있는 장소를 안산시와 함께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진민 학생은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이견을 조율하면서 “문제를 겪는 것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며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안산에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공동체 마을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보였다.
각기 다른 분야를 전공한 이들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견문을 나눴다. 이들이 나눴던 견문이 사회적 대안이 되어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삶 속 깊이 기여하길 바란다.
*이주배경 청소년?
한국 국적 취득 여부와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본인 또는 부모가 이주의 경험을 지닌 만 9세에서 24세의 청소년을 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