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다. 로봇의 대중화가 시작됐지만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 보안을 담보할 가이드 라인이나 법적 규제는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적용할 융합보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ERICA가 2025학년도부터 융합보안대학원을 개설한다.
인천공항의 ‘에어스타’는 복잡한 공항에서 길을 알려주는 입출국장 안내 로봇으로 아이들에게는 이미 인기 스타다. 길 안내뿐 아니라 이용객들의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이러한 지능형 로봇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시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당에서도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일상의 곳곳에서 로봇 일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어 로봇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로봇을 안심하고 사용해도 될까.
“AI와 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지능형 로봇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 도입되겠죠. 하지만 현재는 어떻게 더 잘 작동할 것인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안은 취약한 편입니다. 로봇을 해킹해 오작동시키거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로봇은 주변 정보를 녹화, 녹음하기 때문에 공격을 당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도 우려됩니다.”
특히 공공안전,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로봇의 보안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 로봇 보안 분야 연구 실적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참 뒤처진다. 4대 글로벌 보안 관련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지능형 로봇 보안 관련 논문 수는 미국이 76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도 27건에 달하지만, 한국은 7건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도 2019년부터 융합보안핵심인재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사이버 10만 인재 양성 방안’에 따라 융합보안 분야의 석박사 인재를 양성하는 10개의 융합보안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2개 학교를 추가로 선정했고 지난 7월 ERICA가 그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최대 6년(4+2년)간 총 55억 원을 지원받아 융합보안에 특화된 교육과정 개발, 전용 실습장 구축, 장학금 지급, 산 · 학 연계 융합보안 프로젝트 및 인턴십을 운영해 산업 현장 중심형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ERICA는 다양한 분야 중 특히 로봇 분야의 보안 전문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ERICA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로봇공학과와 지능형 로봇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캠퍼스 내에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교육센터와 지능형 로봇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밖에 경기도 테크노파크, 안산사이언스밸리, 캠퍼스혁신파크, 강소연구개발특구 등 산학협력을 위해 완벽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1학기부터 개설되는 융합보안대학원은 매년 20명 이상의 융합보안 관련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고, 융합보안 특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융합학과, HCI학과, 융합로봇시스템학과, 전자공학과의 총 5개 학과가 다학제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5개 학과가 융합한 이유는 시스템, 센서, 네트워크, AI 등 로봇 자체가 융합 기술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야별로 시스템 보안, 센서 보안, 네트워크 보안, AI 보안 등 융합보안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에 교과과정도 5개 학과를 서로 융합해 설계했다. 즉, 인공지능의 로봇 융합 전문가 양성 코스, 지능형 로봇 인터페이스 및 로봇 제어 전문가 양성 코스, 인공지능 융합보안 전문가 양성 코스, 로봇 융합 전문가 양성 코스, 로봇 접근 제어 및 데이터 보안 · 로봇 네트워크 보안 · 로봇 보안 프로토콜 전문가 양성 코스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연계교육자문위원회(IAB), 현장에서 제공받은 문제를 해결해 현장에서 평가받는 M유형 IC-PBL+, G캡스톤디자인 운영(기업 주도 수업)을 통해 현장 중심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ERICA 융합보안대학원만의 차별점이다. 특히 산학협력 과제를 활발히 수행해 산업 수요에 맞춰 실전형 융합보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산학협력 과제를 연간 2개씩 수행해야 하는데, ERICA의 산학협력 인프라를 활용해 연간 10개씩 사업 기간 내에 총 55개의 산학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는 이미 9개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11개의 산학공동연구 협력기업과 22개 산학협력 네트워크 참여기업, 34개 HCS 멤버십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중 멤버십 기업은 6개월에 500만 원이라는 회비를 지불해야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참여기업에 적극적인 기여와 책임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현재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인 헥사휴먼케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산학협력 과제를 진행하며 학생들은 인턴십도 경험할 수 있다.
AI 로봇 보안 분야에 많은 인재가
필요한 만큼 주저하지 말고
로봇 보안 전문가에 도전하길
“학생들의 학사관리 시스템도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구축할 계획입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본인의 진로와 연구 분야를 산업 문제 중심으로 선정해 대학원 교육 및 연구 과정 이수 체계도(IC-GMAP, Industry-Coupled Graduate school MAP)를 스스로 설계하게 됩니다.”
융합보안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은 협력 기관 및 기업 전문가, IAB 위원으로부터 로봇 보안 분야 현장에서 해결이 시급한 문제를 수집(1단계)한 후, 로봇 보안 관련 기초 및 심화 AI 교과목, 산업 분야별 선택 교과목, IC-PBL+ 혹은 산학협동강좌 등 학생 맞춤형 문제 기반 융합 커리큘럼을 구성(2단계)한다. 그리고 희망 진로를 반영해 연구 주제 선정, 커리큘럼 구성 등 로드맵(IC-GMAP)을 설계(3단계)한다. 마지막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IC-GMAP을 평가받고 정기적 상담을 통해 수정, 보완(4단계)해 학업 및 연구에 대한 전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받게 된다. 그렇다면 융합보안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어떠한 자질을 갖춰야 할까.
“본인의 학습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이 분야의 특성상 새로운 영역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거부감 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며, 프로그래밍 능력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해외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하니 영어를 잘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AI 로봇이 우리 사회에 많이 확산할수록 보안 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인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로봇 보안 전문가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보안 지식을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실용적인 융합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산학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 융합보안대학원. 이를 통해 지능형 로봇 보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