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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꿈꾼 두 학생 창업가

지난 1월 9일부터 12일, 나흘 동안 13만 5,000명의 관람객이 CES 2024에 방문했다. ‘All together, All on’이라는 이번 박람회 주제에 걸맞게 각 기업들은 모든 기술과 산업을 연결해 인류 문제를 해결하자는 테마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았다. 특히 AI 기술이 차세대를 이끌 핵심 기술임을 반증하듯이 모든 기업이 인공지능을 융합한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ERICA 학생 대표 김진영, 6명의 ERICA 로봇공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CROV팀의 대표 김지일 학생 역시 AI 기술을 기반으로 CES 2024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주식회사 오토노미아의 대표인 김진영 학생은 CES 2024를 통해 세계에 드론 기반 초기 화재 진압이 가능한 ‘돌핀 시스템’을 소개했다. 상공에서 비행하며 화재 발생을 감시하는 AI 자율 주행 드론 ‘웨일’은 화재 위치를 포착한 후, 지상에서 시스템을 통제하는 ‘GCS(Ground Control Station)’에 위치 정보를 송신한다. 그리고 발사대 ‘캐니스터’에서 열 추적 소화탄 ‘마린’을 발사하여 큰불로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불을 끈다. 산불 화재가 초동 대응이 어렵고 소방차가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는 점을 겨냥해 여러 기술을 복합적으로 융합하여 세계 최초로 신속 명확한 드론 화재 진압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김지일 학생이 속한 CROV팀 역시 AI 기술을 단계적으로 융합한 응급구조 자율주행 로봇을 고안해냈다. CROV팀은 무엇보다 CCTV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성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아이템을 개발했다. AI가 카메라로 사람의 관절을 구별하는 ‘Fall Detection Part’에서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의 자세와 움직임까지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이후 알고리즘이 위급 환자가 쓰러졌다고 판단하면 건물 내부 위치를 파악해 장애물을 회피하여 환자의 위치로 자율주행하는 로봇이 출동한다. 마지막으로 로봇이 환자의 위치에 도착하면 웹 서버를 통해 구급 대원에게 환자 상태를 보여주는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다. 그리고 기기에 부착된 심폐소생 보조 장치를 통해 구급 대원의 지도를 받아 환자에게 필요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 ERICA 학생들

CES 2024를 통해 확인한 ERICA 창업가들의 저력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여러 세부 기술을 복합적으로 연계한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는 점이다. 김지일 학생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보다, AI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다른 기술과 융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해 나가는 것이 화두가 될 것이다”라며 기술 융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학생의 아이디어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특히 김진영 학생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관람객이 당장 우리 지역에 필요한 시스템으로 빠르게 실제로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여줬다”며 기술의 빠른 도입을 원하는 현지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두 학생 모두 이번 CES 2024가 그들의 첫 도전은 아니었다. 이미 국내 여러 박람회와 경진 대회를 거치면서 받은 부정적인 피드백도 적지 않았다.

김진영 학생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돌핀 시스템의 구현 가능성에 대한 혹평을 많이 들었다. 한국은 군사 지역과 산지가 많아서 기체 발사 적정 고도를 찾기가 힘들지 않은지, 화재는 직접 진압해 보았는지, 국가 입찰을 정말 뚫을 수 있을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CES에서는 두 학생 모두 아이디어 상용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제품의 필요성 및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번 CES 2024를 통해 본인의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생긴 셈이다.

학생기자의 질문에 두 학생은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답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손이 닿지

않는 곳곳을 기술로 연결하는

개발자가 되길

앞으로 더 큰 도전의 발판이 된 값진 경험

두 학생 창업가는 이번 CES를 통해 시야의 폭이 넓어졌다. 김진영 학생은 이번 박람회에 드론 강국인 중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가진 기술력을 경험하며 앞으로의 성장 동력을 얻었다.

김지일 학생에게 이번 박람회는 오랫동안 품은 창업의 꿈을 세계를 향해 펼친 도전의 장이었다. 여러 개발 대회에 참가하는 동시에 창업 수업을 들은 경험이 CES 2024에 응급 구조 자율주행 로봇을 출품하는 발판이 되었다. 처음에 ‘캡스톤 디자인’ 수업 초기만 해도 실제로 사용되기 어려운 아이디어 형태였다. 하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끝까지 고민한 결과 시장성 있는 아이템이 탄생했다. 박태준 로봇공학과 교수의 권유로 CES 2024에 출품을 지원했고 CROV팀 모두가 끝까지 기술적으로 로봇을 보완한 결과 선발되었다.

김지일 학생은 “이번 경험을 통해 기업들이 현재 보유한 놀라운 기술 수준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라며 “이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본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개발 기획’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했다. 한편 김진영 학생도 이번 CES 2024를 계기로 수출 계획이 공고해졌다. 여기에는 당장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는 해외 시장을 뚫어 돌핀 시스템의 가능성을 역으로 국내에 실현해 보이겠다는 김진영 학생의 의지가 담겨있다.

김진영 학생과 김지일 학생은 각각 화재 진압 시스템과 응급 구조 시스템을 통해 사회 공익을 실현하는 기술의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동시에 기술 간 복합적 연결을 통해 인류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앞으로도 두 학생이 아직 대한민국 사회의 손이 닿지 않는 곳곳을 기술을 통해 연결해 주는 개발자가 되길 기대한다.

김진영 학생은 오토노미아의 기술 사업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며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김지일 학생에게 CES 2024는 세계 무대 경험과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