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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학 공부를 위해 탄생한 동아리

햄버거 가게에서 해시브라운을 주문하면서 해시함수(암호화 기술의 일종)를 생각하는 이들. 바로 암호동아리 하이 크립토(HY Crypto)의 구성원들이다. 하이 크립토는 ERICA 내 유일한 암호동아리로, 한양의 약자인 HY와 암호학(Cryptography)의 약자를 딴 것이다. 암호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암호학과 친근하게 인사한다는 의미에서 ‘하이’는 ‘Hi(안녕)’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암호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관련 개념들을 학습하기 위해 지난해 전자공학부 내 연구실습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됐지만, 동아리로 확대하면서 전공과 상관없이 암호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윤동현 회장(건축공학전공 18) 또한 건축공학과 컴퓨터학을 다중전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암호학 수업을 듣다가 흥미를 갖게 돼 동아리에 입회했다고 한다.

“블록체인과 양자암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학부생들이 따로 공부하기에는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래서 전자공학부 ‘임베디드 보안 및 프라이버시 연구실’ 내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아 결성됐습니다. 암호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하되, 구현은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며, 최적화 및 적용은 전자공학과 관련이 있기에 학과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폭넓게 활동할 수 있죠.”

현재 동아리 구성원은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6명으로, 함께 암호 기술에 대한 스터디와 프로그래밍 학습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임베디드 보안 및 프라이버시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적용 가능한 암호 알고리즘 분석, 양자 회로 및 알고리즘에 관한 세미나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정보처리·보호학회 학술대회에 ‘메타버스에서 모션인식을 활용한 사용자 인증방식’ 등 보안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암호분석경진대회 및 부채널분석워크숍에도 참가했다. 또한 국가암호공모전에 나가 동아리의 역사적인 첫 수상인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결성된 지 1년도 안 된 하이 크립토가 그 어느 동아리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 크립토는 대학 내 암호 기술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우수한 암호 연구인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한국암호포럼, 국가정보원과 함께 진행하는 ‘대학암호동아리 지원사업’에 동아리설립 첫해부터 선정됐다.

남다른 활동 반경의 비결은?

“저희가 지난해 학술대회나 경진대회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대학암호동아리 지원사업 덕분입니다. 연간 동아리 활동 예산 300만 원을 지원받거든요. 대학 동아리에게 300만 원은 큰 금액입니다. 동아리 회식이나 MT, 도서 구입뿐 아니라 비싼 학회 등록비도 낼 수 있는 금액이기에 학부생이 평소 접할 수 없는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죠.”

지난 4월에는 학회 활동을 하며 연이 닿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의 연구원들을 초빙해 보안 제품의 국가 인증 절차 및 심사 기준과 업계 동향, 취업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도 대학암호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돼 2년 연속 지원을 받게 됐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 활동비뿐 아니라 한국암호포럼의 교육 및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다. 5월에는 한국암호포럼에서 산하 암호 동아리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타 동아리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지원사업에 선정돼 매우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지원을 적극 활용해 평소 암호학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이 암호 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습니다. 그래서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암호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열혈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윤동현 회장. 앞으로 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저학년 신입 부원들을 모집할 계획인데, 이에 맞춰 현대암호 스터디 및 블록체인이나 양자내성 암호와 같은 최신 트렌드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기에 업계 종사자를 초빙해 실무와 취업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도 암호분석경진대회와 국가암호공모전에 참가해 수상 이력을 이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공 불문 신입 부원 환영

이렇게 스터디와 세미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동아리원들. 지난해 전자공학부 시절 동아리 운영을 맡았던 차정현 학생(전자공학과 석박사통합 1기)은 세미나를 진행하며 본인의 학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미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과정이 저의 공부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른 공부를 할 때도 발표 자료 형식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현재 대학원에 진학해 양자내성암호 및 양자회로, 양자보안 쪽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보안에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암호이기 때문에 보안 쪽으로 진로를 계획 중인 학생이라면저희와 같이 암호학부터 공부하기를 권해드립니다.”

동아리원들 대부분은 암호학을 기반으로 하는 보안 관련 분야에 진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이 진로를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진로를 찾기 위한 고민과 여정을 동아리원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동아리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하이 크립토는 아직 교내 중앙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동아리방이 없어 임베디드 보안 및 프라이버시 연구실에 더부살이하는 중이다. 동아리방이 따로 없으니 스터디나 세미나를 진행할 때마다 교내 세미나실을 예약한 후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하루빨리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아 독립된 공간을 갖는 것이 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중앙 동아리로 인정받으려면 3개 단과대 이상의 학생이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우선 다양한 학과의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윤동현 회장에게 지면의 마지막을 할애했다.

“중장기적으로 교내 정식 동아리로 등록해 활동하고자 합니다. 소중한 정보를 숨기고 복원하는 방법이 바로 암호 기술입니다.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암호 기술이 작동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암호 기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회비 없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동아리의 장점입니다. 암호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함께 전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는 암호동아리를 만들고자 하니, 이 글을 읽고 암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