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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며 시음됐던 것이 마약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약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마약의 침범 경로와 이를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솔루션에 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 ‘국내 신종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사업’ 에 참여한 유혜현 약학과 교수를 통해 들어보자. - 편집자 주

마약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고찰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1,054건, 1,272kg으로 전년도와 비교하여 건수는 51% 증가했고, 중량은 약 760% 증가했다. 지속적인 마약류 밀수입 증가에 따라 국내 마약사범도 증가했는데, 국내 마약사범은 2015년 이후 매년 1만 명 이상 적발되며 최근 10년 사이 2배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토록 마약 문제가 증가하게 된 요인으로 급속한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텔레그램, 다크웹 등을 통한 마약 거래의 간편화, 음지화가 크게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종 마약류에 대해서도 국내로의 유입이 증가한 추세이다. 신종 마약의 유통 주기는 워낙 짧아 신종 마약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새로운 마약 검출법을 개발하는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투약 판별이 어렵다는 문제도 최근 마약 범죄 증가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마약사범 검거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단순히 마약 거래 및 투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연쇄적으로 2, 3차적 범죄까지 연결되어 마약 범죄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과 연구진의 노력과 방향

마약 범죄가 발생한 후 시간이 지나면 투약 혐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워 현장에서 신속한 마약 검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진(성균관대, 덕성여대 연구진 경찰청 지원)은 전문수사관들을 위한 휴대용 마약 감지 키트의 시제품을 개발하였으며,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코카인 등 16종의 약물을 감지할 수 있고, 민감도가 낮은 미량의 약물도 검출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마약의 위험에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쉽게 마약 검출을 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인 GHB와 반응하면 색이 변하는 하이드로겔을 개발하여 성범죄로부터 예방 가능한 마약 탐지 기술을 개발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대사분석실에서는 질량분석, 분자네트워킹을 이용한 신종마약검출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이 유입되는 신종 마약의 검출 및 밝혀지지 않은 마약 대사체의 검출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방면으로 마약 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이기에 대학과 연구진의 지속적인 마약류 진단키트 및 검출법 개발에 대한 연구와 빠르게 유통되는 신종 마약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와 다음 세대를 지키는 대안

불과 몇 년 전까지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통상적으로 마약 청정국이라 하면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 경우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5,000만 명이라고 할 경우, 마약류 사범 계수가 10,000명 이하여야만 그 지위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마약에 취해가는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마약사범의처벌 및 단속 강화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마약사범이 되기 전 마약과 개인의 접촉을 막는 선제적 대응 및 관리가 중요하다. ‘마약은 위험하다’는 인식만 있을 뿐 마약 투약 시 얼마나 해로운지, 오남용 위험성 등에 대해서는 쉽게 알지 못해 무분별하게 투약하여 쉽게 마약 중독의 길로 빠질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 교육 및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마약은 중독이 심한 약물이기에 재범률이 높은 범죄에 속한다. 따라서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위한 중독자에 대한 치료, 재활에도 신경 써야 한다. 평범한 일상생활까지 한 번에 무너트릴 수 있는 마약. 지금 끊어내지 못한다면 더 큰 위협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개인, 사회, 국가 각 영역에서 마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