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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안에 맞는 기상 서비스 제공

올봄에는 유독 나들이 계획을 세우기가 녹록치 않았다. 벚꽃은 예년보다 일찍 피고 지었고, 4월 초부터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봄을 건너뛰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강원도 태백산에는 봄꽃 위에 눈이 쌓였다. 황사와 미세먼지도 기승을 부렸다. 아무리 ‘춘무삼일청(봄에는 사흘 이상 맑은 날이 없다)’이라 하지만 변덕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와 기상에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곳이 기상청이다. 날씨 때문에 나들이 계획이 수포가 되는 것은 잠시 아쉬워하고 말 일이지만,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생존까지 위협받는 국민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월 광주지방기상청장으로 부임한 서장원 동문은 취임사에서 “국민 생활의 불편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예보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 및 지역민의 수요에 맞게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지방기상청의 본분이다. 광주지방기상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대구지방기상청장으로 일할 때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극서지인 대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폭염 관측 장비를 늘리고 관측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때때로 예기치 못한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무려 10일 동안 산림 1만 3천여 헥타르를 잿더미로 만든 경북 울진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울진·삼척 산불통합지휘본부 현장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풍향과 풍속·강수 예보 등 기상정보를 제공하며 산불 진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다행히 진화 요원의 인명 피해 없이 풍향에 따라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죠.”

대전지방기상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인 2016년에는 충남 홍성 천수만 해역의 고수온 피해로 73어가에서 양식하던 어류 377만 마리가 폐사해 5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때는 기상청, 충남도청,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조피볼락의 피해 수온 기준을 마련하고 먹이 제한, 산소 발생기 작동, 햇빛 차단막 설치의 3단계에 이르는 고수온 정보를 매일 2회씩 제공해 폭염으로 인한 추가적인 어류 폐사를 막았다. 이렇게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충남도청으로부터 기관장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해양기상 전문성 십분 발휘

이번에 광주지방기상청장으로 취임하면서도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의 관할구역인 전라남북도는 편서풍 및 태풍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한반도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수와 눈구름이 해상을 거치며 폭우, 폭설 등의 현상이 예보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모니터링해 정확하게 예보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특히 섬이 많다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해상교통에 필수적인 안개, 풍랑 예보에 주력해야 한다.
ERICA에서 해양물리학 석·박사를 취득한 서장원 동문은 해양기상 및 관측 기술 역량을 보유한 해양기상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과거에는 기상청의 대민 서비스 중 해양기상 분야가 가장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기상해일예측시스템, 이안류예측시스템, 너울예측시스템, 파고부이 등 해상 관측체계를 구축해 해상사고 예방체계를 마련하는 데 힘썼습니다.”

이 중 기상해일예측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기상해일’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기까지 했다. 2008년 충남 보령 죽도에서 이상파랑 현상을 처음 관측하게 됐는데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기상해일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 것. 한편, 여름철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3시간 간격으로 이안류 예측정보를 제공해 이안류 발생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방지하는 데도 기여했다. 2011년에는 국정과제인 ‘기상예보의 선진화’ 일환으로 추진된 500톤급의 국내 기상관측선 1호를 건조하는 임무를 맡아 완수하기도 했다. 기상관측선을 완공함에 따라 관측망이 부족한 해상에서 장마나 태풍 기간에 위험기상 민감 지역에 대한 선행감시와 예보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투입돼 조류 관측, 해상 예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으로 서장원 동문은 전남도와 공동으로 ‘자연재난 공동 대응 매뉴얼’을 발간하고, 이를 통해 가뭄, 홍수, 호우 등 위험 기상에 방재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규 관측망 확충과 노후화된 관측망을 이전, 교체하고 기상 관측 차량과 드론, IT 기술을 활용해 고품질 관측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서남부 지역 해안에는 해양생물이 풍부해 해양 관련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해상 날씨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죠. 해양 관련 기상특보 발효 시 조업이 금지돼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관측과 예보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해상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정확한 관측과 예보로
지역민의 해상활동에
불편이 없기를

일상의 수호자 기상청 사람들

해양기상 전문가로 통하는 서장원 동문이지만 사실 기상청에 지원할 때만 해도 바다를 멀리할 생각이었다. 기상청에서 근무하기 직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연수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동중국해 대만 앞바다에서 해류의 흐름을 관찰하던 중 7~8m가 넘는 파도에 관측 장비가 쓰러지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던 것.

“당시 손가락이 재생되기까지 6개월 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배를 타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기상청 해양기상과에 발령받아 다시 해상을 관측하게 됐다. 어쩌면 ERICA 지구해양과학과에 지원할 때부터, 그리고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 준 지도교수 나정렬 교수를 만난 순간부터 서장원 동문에게 바다는 운명과도 같은 상대였는지 모른다. 나정렬 교수는 국내 해양기상과 수중음향 연구 분야의 대가로, 서장원 동문을 해양기상 연구의 세계로 이끌어준 장본인이다.

“연구와 학생 지도에 열정이 넘치셨던 분입니다. 당시 저와 동기들은 교수님을 존경해 교수님의 모든 것을 따르려고 노력했죠. 기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기상학과 해양학을 전공하신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습니다. ERICA 후배들도 주변을 돌아보며 얼마나 훌륭한 교수님과 선배들이 많은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지금까지는 쉼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서장원 동문. 그렇기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하는 많은 이들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날씨 예보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