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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젊은 꼰대가 온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흔히 ‘꼰대’는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젊꼰‘이라니? 일반 상식과는 달리 꼰대질은 나이의 문제가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꼰대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언론정보대학 광고홍보학과 이현우 교수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 능력의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고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는 사람이 꼰대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하지만 ‘주장하는 권리’는 타인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을까? 2300여 년 전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장과 설득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주장을 근거(proof)를 통해 증명할 때 비로소 설득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사학(현대 용어로 설득학)의 목적은 그러한 근거를 가진 설득 수단을 찾는 데 있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이다. ‘젊꼰’이 되지 않으려면 주장이 아니라 설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를 통해 설득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계속해서 세 가지 설득의 근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에토스(ethos)

배우 전지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벽 배송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 ‘마켓 컬리’라는 스타트업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생 회사처럼 마켓 컬리 역시 인지도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배우 전지현이 마켓 컬리의 광고 모델이 되고 나서부터 매출은 창업 5년 만에 54배로 늘어났다. 마켓 컬리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주문이 폭주하여 고객의 수요를 어떻게 따라잡느냐 하는 것이었다.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전지현 효과’라고 부르고, 설득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에토스 효과’라고 부른다.
에토스(ethos)는 본래 ‘성격’이나 ‘관습’ 등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였다. 수사학에서 에토스는 화자의 고유한 성품을 뜻한다. 위키피디아는 에토스가 화자의 체형, 자세, 옷차림, 목소리, 단어 선택, 시선, 성실, 신뢰, 카리스마 등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 주장이 먹히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 전에 자신의 에토스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 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

로고스(logos)

로고스라는 말을 서양 철학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은 기원전 4세기경 활동했던 헤라클리투스(Haraclitus)였다. 그는 로고스라는 단어를 질서와 지식의 원칙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를 ‘논리적인 추론 능력(reasoned discourse)’이라고 정의하고 설득을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로 규정했다.
로고스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의 주장이 ‘사실임직함을’ 믿게 만드는 논리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주장을 지칭하고 있다. 내가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상대방이 합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주장이 그들에게 합리적으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수사학에서 설득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특정의 ‘누군가’에게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어도 상대방이 그렇게 동의하지 않으면 나의 주장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

파토스(pathos)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파토스는 쾌락이나 고통이 따르는 모든 상태를 일컫는데 그러한 결과는 분명 감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수사학에서 특히 감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슬플 때와 기쁠 때, 우호적일 때와 적대적일 때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 똑같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느냐는 내가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상대방의 감정 상태가 본인의 설득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면 담론을 통해 그들의 감정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감정의 변화가 판단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설득하는 능력이 21세기의 경쟁력이다

설득이라는 단어는 엄청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말씀 ‘설(設)’과 얻을 ‘득(得)’이라는 이름은 세상살이에 대한 인류의 지혜를 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말씀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말씀이 사람을 움직이고, 말씀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토지 소유권을 증명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한 다툼이 벌어졌을 때 그리스 시민은 법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해야 했다. 그러므로 당시에는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수사적인 능력’이 그리스 시민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핵심 덕목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다면, 말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역시 불합리한 일이다”라고 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득하는 능력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 덕목이다. ‘젊꼰’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리스토텔레스와 친해져야 한다. 그 길이 21세기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