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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재미있었습니다”
IC-PBL이 불러온 강의실의 변화

“2019년 12월 학회 포럼에서 테미 로봇을 처음보고, 한 대 구입해 방학 동안 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2020학년도 봄 학기에 이 로봇을 이용한 강의를 편성했죠.”

IC-PBL 수업을 처음 도입한 2020년 1학기는 이병주 교수에게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20년간 ICT 융합로봇공학 과목을 진행해온 이 교수는 그동안의 교육방식이 체계적인 데 반해, 실질적 역량 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그의 말마따나 ‘재밌는 거 해볼까 하면 끝나는’ 강의였던 것. 그러던 차에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던 2019년 당시 학회 주최의 리더스 포럼에서 이스라엘 로봇 개발사가 출시한 테미 로봇을 처음 접했다. 인공지능, 내비게이션, 휴대폰의 기능을 탑재한 이 로봇은 이 교수에게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렇게 IC-PBL 수업을 실시하기로 한 첫 학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로봇 교육에 있어 실습은 필수였던 터라 비대면 국면은 위기 요소였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이기도 했다. 이왕 강의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으니 비대면 시기에 걸맞은 시나리오를 미션으로 부여했다. 로봇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시나리오 개발은 학생들에게 흥미 이상의 동기부여가 됐다. 학교 복도에서든, 집에서든, 학생들 나름대로 처절하게 테미를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 교수 역시 꾸준히 코칭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첫 학기 다섯 팀이 프로젝트를 참여했는데요.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만족감이 컸을 겁니다. 게다가 학생들 역시 하나같이 ‘교수님, 재미있었습니다’라고 화답하더군요.”

비대면 상황이라 좋았던 건 학생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병주 교수는 IC-PBL 방식을 처음 도입하면서 팀을 구성해 협업단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끌었다. 이 수업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의 창업으로 연장됐으면 하는 이병주 교수의 바람도 그 활동에 추진력을 보탰다. 테미 로봇에 대한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휴림로봇과 팀 구성부터 시나리오 개발까지 적극 협조해 준 IC-PBL 교육 전도사, 전상길 경영학부 교수의 도움도 매우 컸다.기술과 경영, 사업화를 접목한 융합 교육. 이병주 교수는 2020학년도 1학기 동안 오롯이 IC-PBL 교육 하나에만 집중했다.

“제가 대학에서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그 모든 세월보다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힘을 다해 운영한 수업이었어요. 이 수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교수도 아니다 하는 마음이었죠.”

국내 공학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산

로봇공학 교육의 변화를 향한 절실함. 학생들에게 보다 쓸모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교수자의 욕심.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병주 교수의 IC-PBL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학과 전체로 IC-PBL을 확산했다. 파일럿 테스트와 적극적인 피드백을 거쳐 2022년 한 해 동안 전자공학부 내에서 16개의 IC-PBL 과목이 운영됐다. 그 결과 ERICA 공학대학 중 전자공학부는 IC-PBL로 가장 주목받는 학과가 됐다. 2022학년도 전자공학부 IC-PBL 교육에 참여한 기업만 30곳. 학생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학과 교수진들의 진정성은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교수들이 직접 기업을 섭외해 아이디어를 발굴, 학기 중 수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방학에는 해당 기업에 인턴십으로 연결됐다. 학생들에게는 처절한 노력을 통한 보람을,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 태도를 긍정적으로 전환한 계기였다. 그런 점에서 IC-PBL은 과정이 더욱 빛나는 교육이다.

“현장 직무 중심 교육과 현장 실습을 연계하는 것이 사실 공대 교육이 지향하는 하나의 로망이거든요. IC-PBL을 잘 운영해서 대한민국 공학 교육의 대표 사례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 발굴과 IC-PBL 확산을 위한 노력 덕분에 이병주 교수는 더 많이 바빠졌다.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교육학회에서도 ERICA 전자공학부의 IC-PBL은 선례가 되었고 이를 확산하는 목적으로 이 교수는 2023년 한국공학교육학회의 기획홍보 부회장을 맡게 됐다.

훗날 우리 ERICA 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대접받는 인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교육과 연구를 토대로 사회 발전에 기여

이병주 교수의 열정은 학부를 넘어 대학원 교육으로 확장됐다. IC-PBL 교육에 열정을 가진 ERICA 교수진들을 모아 6개월간 대학원 융합과목 개발을 기획한 것. ‘비대면 시대의 융합기술을 주제로 2021년 봄 학기 강의를 시작해 시나리오 개발과 현장 문제를 파악하는 활동도 접목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진료가 위험한데, 로봇을 이용해서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방법을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작은 병원부터 대형병원까지 견학하게 했죠.”

학생들은 한양대학교병원과 여러 의료진의 자문을 토대로 진료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21년 봄, 한국연구재단의 학제 간 융합과제 모집에 합격해 3년간 9억 원을 지원받는 연구로 확장됐다. 추후 병원 임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사업화로도 연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끊임없이 확장하고 개발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행보는 모두 학생들의 미래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사실 IC-PBL은 교수들에게 여러 가지 부담이 뒤따르는 수업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교수의 노력이 곧 학생들을 변화시키기 때문이죠. 교수라면 강의로, 교과목 개발에 승부를 걸어야 하고, 이것은 결국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병주 교수는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ERICA캠퍼스로 성장하는 동안 30여 년의 세월을 동행했다. “훗날 우리 ERICA 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대접받는’ 인재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이 교수의 바람과 소망은 언제나 한결같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자긍심을 길러주고,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실력을 키워주기 위한 이병주 교수의 헌신된 노력은 참 스승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