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을 유발하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전쟁 초기 지정학적 충격으로 인한 극단적인 위험 회피 성향은 전통적 자산 배분 공식을 무력화했으며, 시장은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공급망 마비라는 거시경제 충격에 직면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수요와 맞물리며, 자본시장에 공급망 쇼크와 대안 자산의 부상이라는 전례 없는 다층적 변화를 남겼다.
전쟁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미국 장단기 국채 시장에 우선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마비되었고,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4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전 세계에 에너지 발 인플레이션 공포를 재점화했다. 코로나19 극복 이후 공급망 불안으로 급등하였다가 가까스로 진정되던 물가가 다시 요동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장이 기대하던 기준금리 인하 경로는 재검토되고 있으며 미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2%가 달성될 때까지 고금리를 장기화(Higher for longer)해야 한다는 매파적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거시경제 환경 변화는 미국 국채 시장의 전방위적인 금리 상승, 즉 국채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쟁 여파로 인해 4.7%까지 급등했다. 단기물인 2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4%를 넘어섰다. 장기물 금리의 상승은 우상향하는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하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을 유발했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 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량 증가 우려가 겹치며, 기간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주요국의 주식 시장 움직임을 보면, 전쟁의 직접적인 타격권에 든 에너지 수입국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 간의 극명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났다. 미국 주식 시장은 전쟁 초기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시적인 조정을 겪었으나, 에너지 독립국으로서의 이점과 방위산업, 거대 기술 기업(Big Tech)들의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다. 역사적으로 미군의 해외 군사 충돌 이후 S&P 500 지수가 1년 뒤 평균 12%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패턴이 이번에도 재현된 것이다. 반면 중동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공급망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 급등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즉각적으로 밀어 올렸고, 마진 압박으로 인해 제조업 기반 국가들의 주가지수 하락을 초래했다. 유럽 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무너졌으며,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 역시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변동성 가중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및 AI 가치사슬의 핵심 거점 기업을 보유한 한국 주식 시장은 견고한 전방 수요에 힘입어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전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화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고금리 장기화에 가능성으로 한때 119~121선까지 폭등하는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수요가 결합된 결과였다. 이 같은 초강력 달러화 체제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시장에 기묘한 왜곡을 만들어냈다. 전쟁 발발 직후 금 가격은 지정학적 위기감을 반영하며 3월 초 온스당 5,400달러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강달러 기조가 수 개월간 지속되고 미국 국채 금리가 4.5%를 상회하자 금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자 소득이 없는 금의 특성상,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을 높인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명맥은 유지했으나 완벽한 자금 피난처가 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음을 노출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을 넘어선 독립적 대안 자산의 지위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이란 전쟁 국면에서 자본시장이 목격한 가장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비트코인의 위상 변화였다. 과거 지정학적 위기 시 전형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어 주식 시장과 동반 폭락하던 비트코인은 이번 전쟁을 기점으로 완연한 대안 자산이자 '디지털 금'으로 거듭났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 단기 충격으로 원화 기준 9,100만 원대까지 조정을 받았으나, 이내 강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1억 1,000만~1억 2,000만 원 선을 회복했다. 현물 ETF 출시 이후 제도권 자금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해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한 중동 및 신흥국 자산가들이 국경 이동과 보관이 자유로운 비트코인을 유력한 헷지 수단으로 채택했다. 전통 금융 시스템의 정지 가능성 속에서 24시간 작동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신뢰성이 부각된 것이다. 국채 금리 급등에 발이 묶인 금의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이 글로벌 스마트 머니의 피난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AI 고도화의 핵심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확충과 이를 가동하기 위한 대용량 전력 공급에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망의 병목현상은 글로벌 전력 단가의 상승을 유발했고, 이는 고스란히 AI 데이터센터 가동 비용의 폭등으로 직결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쟁의 장기화는 비대면 기술, 군사 안보용 첨단 AI 알고리즘, 그리고 자율주행 및 드론 제어 시스템에 대한 각국 정부와 방산 기업들의 투자를 대폭 촉진했다. 유가 급등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중동의 비교전국 국부펀드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 인프라와 빅테크 주식에 대한 공격적인 지분 인수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전쟁이 유발한 거시경제적 둔화 흐름 속에서도, AI 빅테크 진영은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력 공급망 다변화를 서두르며 자본시장의 유일한 장기 성장 내러티브가 유효한 영역으로 자금을 독식하는 현상을 낳았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단순한 지역적 분쟁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의 자산 간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 및 휴전 논의가 전개될 때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으며 숨통이 트이기도 하지만, 한번 고착화된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향후 자본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타이밍과 AI 산업의 생산성 돌파구 마련 여부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대에서 장기 안착할 경우 주식 시장의 부담은 지속될 것이나, AI 기술이 비용 인플레이션을 압도하는 생산성 혁신을 증명해 낸다면 증시는 다시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통 안전자산인 금의 한계를 보완하며 7만 5,000달러 내외에서 안정된 비트코인은 향후 거시경제적 위험이 발생할 경우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필수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세계 자본시장은 지금 변동성의 시대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연착륙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전통 자산과 디지털 대안 자산, 그리고 AI 인프라 자산을 아우르는 고도로 다변화된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