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브랜드 ‘GAP’은 1990년대 아메리칸 트래디셔널(American Traditional)이미지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SPA 브랜드로 성장했다. GAP은 타 브랜드보다 클래식하면서 차분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갖추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폭넓게 어필했다. 1998년부터 사용된 진청색 바탕에 흰색 대문자 세리프체로 구성된 로고는 이러한 브랜드 정체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었다.
2010년 10월 4일, GAP은 보다 현대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이 디자인은 세리프체 대신 헬베티카체로 대소문자 조합을 사용하고, 파란 바탕을 축소해 그라데이션 처리한 형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클래식-차분-전통-실용’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해당 로고는 소비자들로부터 “파워포인트로 만든 것 같다”, “아무런 감흥이 없고, 대학생이 만든 것 같다”와 같은 혹평을 받았다. 결국 회사는 새 로고 공개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이전의 로고로 되돌렸다. 로고 리디자인 롤백으로 기업의 직접 손해 또한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브랜드 이미지 손상은 추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GAP의 로고 리뉴얼 프로젝트 실패 원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지적된다. GAP이 로고 리뉴얼을 추진할 당시는 닷컴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이 워드 타입 로고(장식·문양 없이 글자만으로 구성된 로고)를 선보였고, 이는 브랜드명이나 기업의 인터넷 주소(URL)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유리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2005), 입생로랑(2012), 던킨도너츠(2019) 등의 로고 변경이 이 트렌드를 보여준다. GAP은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했지만, 사실은 필요 없는 문제 인식이었다.
그리고 당시 경제 상황 또한 영향을 미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AP의 매출은 하락 추세를 나타냈는데, 회사 측은 이를 클래식한 이미지 탓으로 진단해 새로운 세대에 어필할 새 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실제로 새 로고가 가져온 결과는 이미지의 쇄신이 아닌 기존 아이덴티티의 붕괴였다.
또한 사내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디자이너와 GAP 대표 간 긴밀한 협업 형태로 새 로고가 론칭됐지만, 기업 내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전략적 근거 부족, 내부 소통 부재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결국 사내 여론을 비롯한 외부에서 쏟아진 수많은 비판 앞에 GAP은 빠르게 결정을 번복하고 만다.
2025년 9월, 국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업데이트의 배경으로는 이용 시간 감소, 특히 젊은 세대의 이탈이 위기 신호로 인식되었을 것이며, 수익모델 개선 또한 그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카오톡 외에 인스타그램 DM, 디스코드, 텔레그램,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또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릴스,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가 카카오톡의 이용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카카오톡은 거의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라는 점에서 사용자 수 확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카카오톡은 ‘피드형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도입, 광고 확대, 채팅방 폴더 기능 추가, 숏폼기능 강화 등으로 과감히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이 업데이트는 다수 사용자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홈 화면에서 기존의 연락처 중심 인터페이스가 숏폼 콘텐츠 기반 피드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바뀌면서, 앱 실행 직후 연락처나 채팅창으로 이동하던 흐름이 ‘콘텐츠’를 먼저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로 변경되었다. 회사의 전략적 의도인 체류시간 확대 및 수익 개선을 위해 UI흐름이 바뀌면서, 이용자로선 불필요한 ‘재학습’을 강요받았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사용자의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강제 적용됐다는 점에서 ‘주도권 상실’이란 불만이 제기됐고, 이는 사용자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또한 프로필 사진이나 아이콘이 작고 둥근 형태에서 커다란 피드형 사진으로 노출되면서, 먼 친척이나 직장 상사, 선생님의 사진이 내 피드에 크게 뜨는 등 사생활·프라이버시 보호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됐다. 폴더 기능의 추가 또한 논란이 됐다. PC 환경에서는 파일·폴더 개념이 일반적이었으나 스마트폰 중심 환경에서는 즐겨찾기·검색 기능 위주로 디지털 파일을 관리하는 경향이 강해,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낯선 개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용자 경험(UX) 및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자인 제이컵 닐슨은 ‘사용자 제어 및 자유(User Control and Freedom)’와 ‘유연성과 사용 효율성(Flexibility and Efficiency of Use)’을 주요 사용성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카카오톡이 홈 화면을 개인화할 수 있게 했거나, 이전 버전과 현재 버전 중 사용자가 원하는 버전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면 반발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가 채택한 전략은 업계 선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 특히 인스타그램의 피드 중심 UI를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사용자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무리한 혁신은 사용자 충성도를 저해하고, 브랜드의 본질을 희석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이번 개편은 ‘콘텐츠 기반 소셜 플랫폼’이라는 신성장 동력을 내세웠지만, ‘국민 메신저’라는 본질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와 직면했다. GAP 로고 리뉴얼의 실패 원인으로 지적됐던 전략적 근거부족, 내부 소통 부재가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에도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카카오톡이 이번 대규모 개편에서 했던 것 외에 몇 가지 시급히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이 있다. 모바일 카카오톡과 PC 버전 카카오톡의 사용자 경험의 통일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모바일 카카오톡과 PC 버전의 동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다르다. 지금 기업에서 는 Slack, Microsoft Teams 같은 도구를 통해 사내 소통을 진행한다. 그리고 Zoom이나 Google Meet 등도 기업이나 학교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이런 솔루션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보편적인 기업과 아카데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만약 카카오톡이 PC 버전에 대해 진지한 투자를 했다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한층 글로벌한 기업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모티콘이나 서랍 기능의 과감한 무료화와 개방도 추진할 법하다. 많은 메신저 서비스가 이모티콘이나 파일 저장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을 직접 업로드해 사용할 수도 있다. 싸이월드가 폐쇄적인 환경과 시대에 맞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며 점차 사라진 것처럼, 이러한 폐쇄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자국 기업이 만든 메신저가 주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 잡은 나라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카카오톡은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 의도했던 체류시간 증가와 수익성 향상이 단기적으로는 달성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국민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명성에 흠집이 생긴다면 소탐대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