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학생은 다양한 도전으로 콩쿠르에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CONTEMPORARYHY. 작년과 올해 굵직한 무용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승욱. 좋은 성적이라기보다, 꾸준히 노력해 오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작년과 올해 수상한 콩쿠르의 성적도 매우 의미 있지만, 이제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1등을 목표로 준비에 매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3등에 입상했거든요. 이번을 계기로 다음에는 1등도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에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그리고 그동안 꾸준히 콩쿠르 무대를 준비하고 경험하며 느끼는 거지만, 정말 다양한 경쟁자를 만나게 되거든요. 특히 제가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고, 닮고 싶어하던 무용수와 경쟁자로서 같은 무대에 오르는 경험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성장의 자극이 됩니다. 덕분에 더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콩쿠르 무대는 언제나 저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는 것 같습니다.
HY. 어쩌면 중간, 기말고사보다 콩쿠르 준비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국내의 실력자가 모인 만큼 긴장도 됐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셨나요?
승욱. 예전 같으면 긴장을 풀기 위한 저만의 루틴을 만들었을테고, 한때는 그런 루틴 같은 게 있기도 했는데요. 4학년이 되고 슬슬 프로로 나아가야 하는 단계가 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는 평소에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점점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어떠한 습관이나 루틴이 아닌 연습한 것을 무대로 가져오자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평상시 저의 움직임대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HY. 작년부터 올해까지 콩쿠르 일정으로 정말 바쁘게 살았을 것 같아요. 콩쿠르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승욱. 승욱. 우선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은 <Beyond Transcendence>인데요. 말 그대로 ‘초월을 뛰어넘는다’라는 지니고 있어요. 마블 캐릭터 중에 ‘로키’라는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초월적 성격의 캐릭터를 바라보면서, 내가 그러한 초월의 상태가 되면 어떠한 상태가 될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러한 모션을 연구하면서 시공간을 뛰어넘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어요. 초월의 상태를 연출하려다 보니 쉬는 구간 없이 계속 몸을 움직이거나, 잠시 쉬더라도 힘든 자세로 쉬고….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움직임에 도전하려고 했던 것이 동아콩쿠르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다음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수상 작품은 <From Good Morning, To Good Night>라고 하는데요. 이 작품은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투르먼 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영화이기도 한데요. 그 영화의 명대사 중, 트루먼이 커다란 삶의 무대 장치에서 퇴장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퇴장 인사말이 바로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이었거든요. ‘나라면 누구에게 그러한 안부를 전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대상은 아무래도 내가 가장 그리워할 사람, 두고두고 잊지 못할 한순간으로 기억되고 싶은 누군가일 거란 생각이 들었죠. 저에겐 그 대상이 외할아버지셨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의 손을 맞잡았던 제스쳐가 많이 떠올라서 모션에 적용하면서 작품을 완성하게 됐습니다.
김승욱 학생은 ‘호페쉬 쉑터 컴퍼니’와 같은 세계적인 무용단을 만드는 날이 오길 꿈꾼다.
HY. 콩쿠르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 같은, 엠넷 <스테이지 맨 파이터> 출연은 승욱 님에게 어떠한 경험이었나요?
승욱.우선, 콩쿠르 준비와 학교 수업 등이 겹쳤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학생으로서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대한민국의 남자 무용수가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장르별로 만나는 일은 가끔 있지만 모든 장르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 덕분에 서로의 장르를 통해 다양한 트레이닝 방법과 표현법을 습득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움직임을 배우고 익힌다는 건 무용수로서 그만큼 시야와 세계가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방송 이후에는 방송 출연자들과 전국 투어를 통해 갈라콘서트를 했었는데요. 40명의 무용수와 함께 합숙 아닌 합숙을 경험하고 연습실에서 계속 만나니까 동작을 짜고 연습할 때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더 좋은 질감의 동작을 서치할 수 있었어요.
HY. 승욱 님이 개인적으로 작품을 창작할 때 가장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승욱.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자기만의 언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연구 주제를 고민하면서 무용을 하나의 ‘사유적 공간’이라는 의미로 확장하여 연구하고 싶어졌어요. 무용수와 관객, 그리고 함께 무대 위에 선 또 다른 무용수. 이렇게 서로의 몸짓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대는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사유를 동반하는, 공명의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이 나의 무대를 보고, 무용수가 서로의 몸짓을 보면서 서로에게 작용할 수 있으니 까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 더욱 신중하고 무겁게 움직이고 싶어요.
HY.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보니, 수상 상금을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행보를 보이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기부하게 되셨나요?
승욱.문화예술 분야 전공은 아무래도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그래서 지역 예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비중이 약할 수 있거든요. 제가 참가한 대회가 부산 소재 지역 대회였기 때문에 상금을 부산 지역 문화예술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게 됐습니다. 이밖에 최근 부산 지역 예고에서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면서 입시생들과 무용 전공 고등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같은 무용 전공자이자 선배로서 그러한 마음에 공감하는 마음과 비수도권에서 무용 전공자로서 열심히 자기의 꿈을 펼치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HY.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승욱 님에게 ERICA는 어떠한 의미였을지 궁금합니다.
승욱.ERICA에서의 4년은 정말 너무 값진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무용에 진심인 좋은 선후배들과 교수님들을 만났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 이건 다시 말해 기회가 있다는 말이거든요. 좋은 학교를 가지 않으면 콩쿠르 기회도 쉽게 돌아오지 않아요. <스테이지 맨 파이터> 프로그램 참가도 ERICA였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였다고 생각하고요. 동아콩쿠르 금상을 받았을 때 마침 <스테이지 맨 파이터> PD님을 만났었는데요. 학교에서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다면 방송 출연도, 심지어 무용을 지금까지도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ERICA에 와서 무용을 공부할수록 재미있는 점을 찾았고 앞으로도 무용에 더 몰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HY. 졸업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어떠한 무용수가 되고 싶으신가요?
승욱.대학원 진학 외에 현대무용가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도전을 할 거예요. 국립현대무용단을 비롯해 다양한 무대와 오디션에도 참가할 계획이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궁극적인 꿈은 ‘호페쉬 쉑터 컴퍼니’와 같은 세계적인 무용단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에요. 저의 독창적인 색을 담은 무용단을 만들어서 세계의 무용수들이 제 무용단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날이 오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