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재동, 박재준 동문(실용음악학과 11), 복다진 동문(실용음악학과 13), 최예근 동문(실용음악학과 15), 최아임 동문(실용음악학과 19)

무대에서 쓰이는 ERICA 실용음악학과의 새로운 이야기

HY ERICA 취재를 위해 실용음악학과 다섯 명의 동문이 어렵사리 한자리에 모였다. 실용음악학과 1기 이자 모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동문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재동 동문은 2022년, 일생 단 한번 뿐이라는 ‘재즈피플 라이징스타상’을 거머쥔 실력파 색소폰 연주자다. 정재동 동문의 동기이자 모교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박재준 동문은 올해 2월에 있었던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상’과 ‘올해의 모던록’ 부문을 수상한 밴드 ‘단편선순간들’의 드러머다. 최아임 동문은 대학원에 재학하며 대학 빅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2021년 싱글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는 학교 간판 보컬리스트다. 함께 자리한 최예근 동문은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실력파 뮤지션인데, 고교 시절 케이팝스타 출연을 시작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이름을 알려온 그녀는 최근 싱어게인에 출연한 이후 YEGNY라는 예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20년 ‘꿈의 소곡집’으로 데뷔해 가수 이승윤의 메인 키보디스트이자 고교 출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복다진 동문도 자리를 빛냈다.

자신의 길 위에서 뮤지션으로 꾸준히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을 터다. 보통의 또래처럼 직장에 취업해 정형화된 루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실용음악학과 출신, 뮤지션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행보는 후배들에게는 길잡이가 되기 충분하다. 1기 졸업생인 박재준 동문은 졸업 후 사회 무대로 진출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저희 때만 해도 세션이나 공연에 연주하러 가면 ‘어느 학교 출신이냐’는 질문을 정말 자주 들었는데요. 그때마다 ‘한양대 ERICA 출신이다’라고 하면 다들 낯설어했어요. 1기이다 보니 활동 중인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활발히 활동하는 동기들과 후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학교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죠.”

ERICA 출신으로서 새로운 길을 닦으며 차근차근 무대를 넓혀간 정재동, 박재준 동문에게는 선배의 후광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는 길뿐이었다. 이렇게 길을 잘 터준 실력파 선배들이 있어서일까. 이제는 선후배가 서로의 음반 연주자로 참여하고 교류하는 음악 동반자가 되어 네트워크도 한층 더 견고해지고 있다. 색소폰 연주자인 정재동 동문은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관악(管樂)은 한양대’라는 말이 통할만큼 수많은 실력자를 배출하고 있는 모교가 자랑스럽다”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후배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며 선배들의 뒤를 이어 실용음악학과의 새로운 계보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ERICA 실용음악학과의 선후배들은 뮤지션으로서 서로의 무대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음악 동반자다.

실용음악학과, 바늘구멍을 통과한 실력자의 모임

실용음악학과를 개설한 대학 수도 매우 소수인데, 뮤지션을 꿈꾸는 수많은 입시생의 수를 생각하면 실용음악학과 합격문은 그야말로 좁은 문, 바늘구멍이다. 이렇다 보니 재수, 삼수를 거쳐서라도 도전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그렇게 자기 실력을 증명하며 어렵사리 입학한 실용음악학과지만 입학하고 나서는 더 큰 도전, 나 자신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최아임 동문은 ERICA 실용음악학과의 ‘남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ERICA 실용음악학과는 다른 학과처럼 정규 중간고사가 없어요. 대신 ‘개강 시험’이라는 것이있죠. 개강을 앞두고 방학 내내 자작곡을 쓰고, 합주와 편곡을 준비해 개강 이후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기말고사까지는 또 새로운 곡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죠.”

자작곡으로 평가를 받는 과정은 실용음악학과 재학생이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그렇기에 개강 전까지 학생들은 학기 중 못지않게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직접 만든 자작곡으로 합주 팀을 구성해 연습을 거듭하며 방학을 보내는 것은 ERICA 실용음악학과 학생 모두의 루틴이다. 동문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시간이 자신을 키운 8할이라며 입을 모았다. 복다진 동문은 학부 시절의 트레이닝이 현장 무대에서 더욱 강한 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방학과 학기 중에는 곡 쓰는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해야 돼요. 곡을 직접 쓰고 합주를 하고 편곡해서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현장에 나와보니 그 시간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훈련이었고, 실력을 키우는 데 정말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매 학기 발표하는 자작곡 평가, 다양한 악기들과 호흡을 맞추는 합주와 빅밴드. 뮤지션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동문들은 학부 시절의 남다른 트레이닝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워

뮤지션이든, 뮤지션이 아니든

이미 실력으로 입시라는 높은 허들을 뛰어넘은 이들이지만 세상이라는 더 큰 벽 앞에 서기 위해서는 남다른 각오가 필요해진다. 최예근 동문은 사회에서 뮤지션으로서 마주하는 현실에 대해 진솔하게 답해왔다.

“확실히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만으로 인정받는 것은 학교까지인 것 같아요. 반짝이고 특출난 재능과 노력으로 입시에 성공할 수 있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좋아하고 잘하고 열심히 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더라고요. 순수한 재능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진입하게 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답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 현실적인 다양한 활동으로 경험의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최예근 동문은 “학교에서의 몰입도 높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무대에 문을 두드려보는 경험이 스스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덧붙여 동문들은 실용음악학과 학생이기 때문에 현실 감각은 좀 덜어내도 된다는 말을 이었다. 박재준 동문은 “대학이야말로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하면서 “현실은 닥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꿈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극복하고자 했던 각자의 고민만큼 인생의 선택지도 다양해진다. 정재동 동문은 ERICA 실용음악학과의 초대 학장이었던 이승환 교수의 말을 덧붙였다.

“이승환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너희가 전부 다 음악을 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는 잡지사의 음악기자가 되고, 누군가는 음악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도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었는데요. 그때는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말씀대로 동문들이 다 뮤지션은 아니더라도 음악 산업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더라고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자기 무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사랑하는 이처럼 반짝이는 사람은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입학해 어느덧 음악을 향한 진정성이 결정(結晶)처럼 맺혀 무대 위에서 깊이와 감동을 더해간다. 음악을 통해 더욱 다양한 길을 개척해 나갈 ERICA 실용음악학과 동문들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다섯 명의 동문은 학부 생활이야 말로 스스로의 음악을 찾아나서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음악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