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클라우스탈공대 정교수로 발탁

제주도에서 학회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왔다는 백민규 교수는 요즘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오는 10월(독일의 대학은 9, 10월부터 1학기 시작)부터 독일의 클라우스탈공대(Technical University Clausthal)에서 정교수로 강단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의 대학은 학부 수업을 자국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5년 내 독일어로 수업하는 것이 목표이다. 첫 학기에는 ‘열역학 기초’, ‘열역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금속제조공정의 기초’를 가르칠 예정이다.

250년의 역사를 가진 클라우스탈공대는 공학 및 자연과학에 특화돼 있고 특히 금속공학과 자원공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대학이다. 크지는 않지만, 제조업이 성한 독일에서 기업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로도 유명하다. 한양대 ERICA처럼 실용 학문을 중시하는 곳이다. 이렇게 전통 깊은 클라우스탈공대에서 한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한국인이 부교수나 조교수가 아니라 독일인에게도 영예로운 정교수로 한 번에 발탁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백민규 교수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동차나 기계부품 생산의 가장 기초가 되는 금속공학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수 임용 면접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철강 1세대 교수님들이 1960~1970년대 클라우스탈공대에서 수학하였고, 그 제자들인 2세대 교수님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들의 제자인 대한민국 철강 3세대 연구자로서 다시 클라우스탈공대에 돌아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첫인사로 강력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이공계 대학에 정교수로 한국인이 발탁된 적이 없다고 들어 임용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은 만큼 연구에 열심히 매진하겠습니다.”

백민규 교수는 지난 5월 클라우드스탈공대 임용식을 거쳐 정교수로 강단에 오르게 됐다.

세계 곳곳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디딤돌 돼

백민규 교수의 연구 분야는 화학야금이다. 즉, 금속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금속 성분을 조절하고 불순물 원소들을 제거해야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고온에서 섬세한 화학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대학원 때는 주로 철강 정련에 관해 연구했으나, 박사 학위 취득 후 해외에서 박사후과정 및 기업체 연구원으로 일하며 구리, 경량 합금, 배터리 소재 등 비철 금속 제련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했다. 특히 벨기에의 배터리 소재 기업인 유미코아(Umicore)에서 근무할 때는 전 세부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다른 공정의 원료로 활용해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공정을 설계했다. 또한 2022~2024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금속 부산물뿐 아니라 배기가스와 폐열 회수 공정에 대한 설계를 토대로 친환경 금속 제조에 관한 연구로 분야를 넓혔다. 전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산업 소재인 금속에 대한 연구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가운데 백민규 교수는 철강과 비철을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기에 클라우스탈공대 교수 임용 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백민규 교수는 연구 분야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체류했던 국가들도 여럿이다. ERICA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캐나다, 핀란드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한 뒤 벨기에의 유미코아 및 핀란드의 알토(Aalto)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는 등 그야말로 글로벌을 무대로 다양한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 경력을 쌓아왔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캐나다의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며 처음으로 비철 제련을 접했고, 향후 배터리 소재가 유망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최초로 비철 제련에 성공한 핀란드에서 경험을 더 쌓고 벨기에의 배터리 기업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국가에서 경력을 쌓게 됐습니다.”

백민규 교수는 철강과 비철을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고 유럽 유수 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며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자기 경계를 넘어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할 때

자기만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

경계를 넘어서야 보이는 것들

백민규 교수와의 인터뷰는 컨퍼런스홀 중강당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과거 백민규 교수가 재료공학과 대학원 학생회장으로서 재료공학과의 30주년 기념행사 사회를 봤던 곳이다. 백민규 교수는 잠시 그때를 회상하며 반가움을 비췄다.

“ERICA에 재학할 때 ‘산·학·연 클러스터’, ‘6시그마 교육’, ‘공학인증’, ‘석·박사학위 통합과정’ 등 좋은 시스템들이 만들어져 혜택을 두루 누렸습니다. 그리고 BK21 장학금을 통해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교수님들께 배우고, 선후배 및 동기들과 하나가 되어 생활했던 것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입니다.”

백민규 교수는 클라우스탈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뿐 아니라, 한국과 독일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과 유럽 사이에서 인적, 학술적, 기술적 교류의 윤활제 역할을 하겠다는 남다른 포부를 갖고 있다. 우선 ERICA의 후배들이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클라우스탈대학과 ERICA 간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 한인과학기술인협회 회장, 한국-핀란드 자원순환경제 심포지엄 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유럽한인소재재료전문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다양한 국제 협력과제에 참여해 국내 산학연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친환경 금속제조 신공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경계를 넘어봐야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그 새로운 것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직접 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냉혹한 점이죠.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걱정과 두려움을 느낄 새 없이 어느새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백민규 교수가 독일로 향하기 전 ERICA 후배들에게 남기는 메시지이다. 또 한 번 경계를 넘어선 백민규 교수가 독일에서 마주하게 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백민규 클라우스탈공대 교수

학력

  • 2001~2008 한양대학교 ERICA 학사
  • 2008~2014 한양대학교 박사(석박사학위 통합과정)
  • 2014~2017 캐나다 McGill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7~2018 서울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8~2021 핀란드 Aalto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21~2022 벨기에 Umicore 수석연구원
  • 2022~2024 포항산업과학 연구원 수석연구원
  • 2024~2025 핀란드 Aalto 대학교 조교수
  • 2025~현재 독일 Clausthal 공과대학교 정교수

경력

  • 2020~2021 핀란드 한인과학기술인협회 회장
  • 2024~현재 유럽한인소재재료전문가협회 회장
  • 2021~2024 한국-핀란드 자원순환경제 심포지엄 조직위원장

학술 성과

  • 2014 한양대학교 박사학위 우수논문상
  • 2020 외교부장관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