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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용 건축학부 교수와 도시설계정보연구실 학생들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은 도시 마스터플랜, 사업 타당성 분석, 스마트도시계획, 빅데이터, GIS(지리정보시스템), BIM(빌딩정보모델링), 데이터 시각화 분야를 연구한다.

막내도 할 말은 한다

‘연구실 청소 담당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후배이지만 나이가 많은 경우 어떻게 부를 것인가’ 등 원만한 연구실 생활을 위해서는 본업인 연구 외에도 풀어야 할 사사로운 문제들이 많다. 김환용 건축학부 교수가 이끄는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은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월 1~2회 ‘할말한시(할 말은 하는 시간)’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대부분의 연구실은 한 달에 한 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나 연구원별 논문의 진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월례 회의를 한다.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의 할말한시는 이에 더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나 건의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라고 김환용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실 생활 초반에는 선후배 간 거리감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할말한시’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신입 연구원도 안건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선배들은 이를 경청하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영화 관람이나 건축답사 같은 문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신입 연구원이 연구실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선배와 일대일 멘토·멘티 관계를 맺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동시에 연구 몰입도를 높이고자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10시부터 5시까지의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는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어 자유롭게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은 지난해 ERICA 인권센터가 연구실 내 인권존중 문화를 실천하고 상호존중, 갈등관리를 통해 우수한 문화를 창출하는 ERICA 연구실을 찾기 위해 개최한 제1회 ‘건강한 연구실문화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했다. 석사 1기 신지민 연구원은 선후배 간 수평적인 관계가 연구실 문화 중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할말한시’를 통해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 처음 연구실에 들어 왔을 때 적응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성원들 간에 거리감이 없고 서로 질문하거나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도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자율적인 문화 속 창의적인 연구 성과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은 주로 도시 마스터플랜, 사업 타당성 분석, 스마트도시계획, 빅데이터, GIS(지리정보시스템), BIM(빌딩정보모델링), 데이터 시각화 분야를 연구한다. 이 중 스마트도시계획 분야에서는 광명시 강소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안산 대부동 종합발전계획 수립, 2040 인천 중구 도시종합계획 수립, 해외 스마트시티 수출전략 수립 등 다수의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고, GIS 분야에서는 도시의 지진 재해지역 위험도 평가 기술 개발, 그린인프라를 활용한 홍수 저감효과 분석 등의 연구로 재해 대응형 도시계획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환용 교수가 평소 건강한 연구실 문화를 중시해 온 이유는 도시계획이라는 연구실의 연구 분야와도 관련이 깊다.

“다양한 도시문제를 다루는 연구실인 만큼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는 태도가 연구실 안에서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성과는 결국 사람 간의 협력, 자율성,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연구원 간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연구 역량으로 연결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신입 연구원들도 눈치 보지 않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실제 우수한 성과를 낳기도 했다. 앞서 소개한 광명시 강소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좋은 사례다. 이는 광명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대규모 스마트시티 공모사업 건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김환용 교수는 프로젝트 콘셉트 회의를 연구원들에게 일임해 보기로 했다. 이는 김환용 교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연구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맹렬한 브레인스토밍을 거친 끝에 ‘마일이지(마일리지+이지)’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기술들이 마일리지처럼 쌓여 시민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제가 생각할 수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국토교통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반신반의하며 발전시켰습니다. 다행히 재미있고 참신하다며 좋은 평가를 받아 공모사업에 선정됐습니다.”

김환용 교수는 신입 연구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를 바라볼 수 있게 했고,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연구 성과는 결국 사람 간의 협력,

자율성, 신뢰에서 비롯되며

연구원 간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연구 역량으로 연결될 것

연구실 문화는 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건강한 연구실 문화가 연구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전 연구원들이 동의했다. 도시설계정보연구실 석사 2기 김휘주 연구원은 “서로의 생각이나 제안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어 연구실 분위기가 활기차고 건강하다”며 “팀 프로젝트나 세미나를 준비할 때도 아이디어가 막힘없이 나와 연구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연구실의 문화나 분위기는 연구원들이 연구실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결정 요소 중 하나다. 연구원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야 하는데 연구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 목표로 하는 연구 성과는 물론 일상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석사 3기 승민수 연구원은 “석사 2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은 여정이기 때문에 동고동락할 수 있는 연구실 문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연구원들 간 유대도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도시설계정보연구실에 들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향후 도시설계정보연구실은 지속가능한 연구실 문화를 구축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연구실 운영 매뉴얼을 작성하는 중이다. 또한, 현재의 문화를 이루어 온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발전시키며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환용 교수는 “건강한 연구실은 갈등이 없는 연구실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연구실 문화 개선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말한시’ 제도는 신입 연구원도 안건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선배들은 이를 경청하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