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고객 데이터 정보가 해킹됐다는 사실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금융사기, 범죄 악용, 국가·사회적 보안 등을 우려해 한 달 만에 4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타사로 이탈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정보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세상입니다. AI, IoT, 비대면 서비스 등 사회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보안 위협도 훨씬 더 정교하고 다양해졌습니다. 보안이라고 하면 해커를 막는 일만 떠올리기 쉬운데 단순히 시스템만 지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모의해킹, 악성코드 분석, 디지털 포렌식처럼 공격 시나리오를 직접 실습하며 대응 전략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편, AI나 자율주행차·로봇,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과 융합된 보안 영역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융합보안학과 서승현 학과장의 말이다. 보안의 영역은 ICT와 AI 등 신기술 발달과 융합에 따라, 서버와 데이터를 지키는 네트워크 및 시스템 보안을 넘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10만 사이버 보안 인재 양성’과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역량 강화’를 선정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첨단 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이하 COSS 사업)’의 5개 분야 중 하나로 ‘데이터보안·활용 융합’ 부문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COSS 사업은 첨단 분야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는 사업인데, ERICA는 2024년 5월부터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대학교, 아주대학교, 충남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데이터보안·활용 융합 분야의 혁신융합대학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보안 분야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적 이해를 기반으로 정책, 법률, 사회, 사용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는 융복합 분야입니다. 수도권에서 COSS 사업을 담당하는 ERICA는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보호정책 등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 실무, 프로젝트 관리와 시스템 운영에 대한 역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융합의 관점이 중시되는 이유다. 이에 COSS 사업에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컴퓨터학부를 중심으로 전자공학부, 인공지능학과, 수리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이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보안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융합보안학과를 신설했다. 융합보안학과는 지·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데이터보안·활용 혁신융합대학 교육모델을 구축,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융합보안학과는 정부 정책, 산업체, 학생 수요를 조사해 ‘사이버보안’, ‘개인정보보호’, ‘블록체인’의 3대 보안 분야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AI’의 3대 활용 분야 이론 및 기술을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연구합니다. 특히 기존 전공과의 연계성 및 전문성을 높이고자 참여대학의 6개 특화 분야를 연계·융합전공으로 구성했습니다.”
즉, ‘클라우드 융합전공’, ‘사이버보안 융합전공’, ‘블록체인 및 개인정보보호 융합전공’이라는 3개 전문과정 아래 ‘클라우드 SW’, ‘클라우드인프라’, ‘시스템보안’, ‘인공지능보안’, ‘블록체인’, ‘개인정보보호’라는 6개 트랙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 융합보안학과의 또 다른 강점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AWS(Amazon Web Service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글로벌 산학협력 기반 데이터 보안·활용 혁신교육 체계’ 기반을 구축한 점이다. 이러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산업계 수요에 기반한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산학협력 사례로 지난 1월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체결한 글로벌 산학협력 교육 MOU를 들 수 있다. 이는 데이터보안·활용 분야의 혁신융합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인재 양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약이다. 또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아마존 AWS 코리아와 산업 연계 현장 실습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더불어 혁신융합대학사업단의 특화 산학연계 교육과정인 ‘WE-Meet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는 클라우드, 보안, 블록체인, AI·AX 등 산업계 현장 전문가의 멘토링 아래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25년 1학기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인 엔키화이트햇, AI 교육전문기업인 라이크코퍼레이션이 멘토링 기업으로 참여해 ‘오픈소스를 활용한 위협 이벤트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ATT&CK 기반 퍼플티밍(Purple Teaming) 프레임워크 개발’, ‘클라우드 분야 실무·자격증 교육을 위한 AI 학습모델 구축 및 교육 콘텐츠 개발’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현직 전문가와 함께 실무 프로젝트 를 수행해 보는 경험을 제공했다.
이 외에도 융합보안학과는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융합보안전공 마이크로디그리과정(MD) 이수(예정) 학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는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수여한다. 더불어 데이터보안·활용 분야 공모전, 경진대회 입상 및 관련 분야 자격증 취득자에게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 외에도 CO-Week Academy, CO-SHOW, 해외 연수 프로그램, 학술대회, 동아리 운영 지원 등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보안은 이제 모든 산업의 기반이자, 디지털 사회의 생존 인프라입니다. 특히 AI, 빅데이터, 양자기술, 스마트시티 등 고도화된 기술 환경에서는 기존의 단편적인 보안 기술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ERICA는 융합보안학과를 학부 교육 중심의 실무형 보안 전문 인재 양성 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보안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디지털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ERICA 융합보안학과에서 기술과 사회적 책임을 겸비한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융합보안학과는 융합보안전공 마이크로 디그리과정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사진은 클라우드플랫폼개론 수업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