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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호우로 인해 서울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됐고, 지방 소도시는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입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 강수와 반복되는 재해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자연재해로 인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자의 솔루션과 우리 사회가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대도시에서의 물재해와 환경 문제에 대한 고찰

최근 수도권을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는 홍수와 폭염과 같은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수질 오염과 하천건천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심각한 도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대규모 시설과 자산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에서의 물재해와 환경문제는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홍수피해는 기후변화, 물순환 왜곡, 인프라의 단절 등 다양한 인자들의 복합적인 영향에 의하여 발생한다. 먼저,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전 지구적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강우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집중호우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서울 동작구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는 시간당 최대 141.5㎜(일 최대 35㎜)로 서울시 하수관의 용량인 75㎜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과거 최대 기록인 118.6㎜를 경신했다. 단기간의 집중호우는 하수관망의 통수능력을 초과하는 홍수 유출량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도시지역 침수의 중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물순환 왜곡의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도시지역 지표면은 콘크리트 재질의 건물, 아스팔트 포장 도로, 주차장 등의 불투수면으로 덮여있다. 서울시의 경우. 과거 1962년에는 불투수면이 전체 면적의 7.8%이었으나, 2021년에는 52.3%로 6.7배 증가했다. 비가 내리면 땅속으로 스며들고 지상으로 모인 물은 하천과 저수지를 거쳐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적인 물순환 과정인데, 도시의 불투수면 증가는 빗물을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지표면에 고이게 해 침수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비홍수기에는 지하수를 감소시켜 하천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화 현상을 발생시킨다. 물순환 과정의 왜곡은 단순히 홍수와 가뭄 같은 물재해뿐만 아니라, 도시 열섬 현상의 심화와 수질 오염과 같이 도시의 물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대학과 연구진의 노력

도시화로 발생된 물순환 왜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기상, 수문 상황에 대한 예측과 분석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를 포함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수행돼야 한다.

먼저, 미래 기후변화에 의한 물환경의 취약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취약성 평가를 통하여 기후변화 및 물순환 왜곡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인자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취약지역 선정이 가능하다. 한양대 ERICA 수공학 연구실에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강우량을 예측하고 다양한 통계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물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성 평가는 취약지역에 대한 맞춤형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고 주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도시의 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물관리 수행을 위해서는 건물/도로와 같은 소구역에서 벗어나 도시 외곽에 있는 수자원 관리 시설들까지 연계된 도시 및 유역 규모의 물순환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홍수, 가뭄 통합 대응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도시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의 단일 목적 시설물(하천제방, 하수처리시설, 빗물저류시설 등)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블루-그린-그레이(Blue-Green-Gray)인프라* 융복합 및 연계 운영에 관한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뤄져야 할 개선 사항

도시에서 발생하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 혹은 유역 규모로 광범위하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량·수질·수생태·재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물순환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물순환 각각의 요소(하천, 하수도, 지하수 등)에 따라 관리 주체와 관련 법령이 분산되어 있다. 단절되고 왜곡된 물순환의 고리를 연결해 순환성을 높이면 극한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도시 내에서 물순환의 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홍수와 가뭄 그리고 환경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낮출 수 있도록 ‘물 안심 공간 조성 종합계획’을 제도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 안심공간 조성 종합계획은 기존에 각각 수행되고 있는 가뭄, 홍수, 수질에 대한 물관리사업을 물순환 관점에서 블루-그린-그레이(Blue-Green-Gray)인프라를 연계하여 지역 맞춤형 문제 해결을 위하여 수립하는 계획이다. 해당 계획이 수립된다면 취약지역을 우선으로 물순환 왜곡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물재해로부터 안전하고 맑은 물이 넉넉한 물 안심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물 안심공간 조성 종합계획 수립과 체계적 물순환 관리 수행을 법,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도시물순환 법률(가칭)’의 제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물순환 왜곡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 물재해 및 환경문제들은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연구기관과 공공기관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기후재앙의 고비마다 주어진 숙제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그 숙제는 언제고 다시 돌아오는 법이다. 우리 다음 세대와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 블루-그린-그레이 인프라란?

블루 인프라는 물 재이용 시설(하수재이용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그린 인프라는 친환경 시설(분산형 빗물관리 시스템, 도시공원, 수변생태벨트 등), 그레이 인프라는 방재 제방(하천 제방, 저류지, 댐, 방수로 등), 을 의미한다. 블루-그린-그레이 인프라 연계는 물관리 시설과 환경시설을 접목하여 홍수 등 물재해 저감 뿐만 아니라 자연적인 물순환을 복원하는 것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