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의 미래와 연결된 교육과 연구 분야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 대단히 큰 영광입니다. ERICA는 우리나라 대표 ‘산학협력 연구중심대학’으로 우뚝 솟으며 우수한 연구와 교육을 바탕으로 수많은 성과를 이뤄왔습니다. 이러한 역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신 ERICA의 모든 구성원과 이한승 전임 부총장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ERICA 부총장으로서 대학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비전과 목표를 함께 이뤄나갈 것을 약속드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해 교육과 연구, 구성원의 복지를 발전시키는 데 힘쓰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교무처장으로 재직 당시 PRIME 사업단장으로서 사업을 총괄했던 일입니다. PRIME 사업은 사회 수요 중심으로 대학 체질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고 학생의 진로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수행된 최대 대학 지원 사업이었죠. 당시 우리 ERICA는 학과 이동 정원수가 타 대학보다 현저히 적은 인원임에도 높은 성적으로 대형 사업에 선정됐고 3년간 총 450억 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PRIME 사업에서 ERICA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3S UP’ 전략이었습니다. ‘Software Up’, ‘Science Up’, ‘Smart Up’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르고, 최첨단 과학기술 강화, 스마트 제조 분야 진출이 핵심이었죠. 이 사업을 통해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나노광전자학과 등 첨단학과가 신설됐고, 단과대학별 오픈 스페이스와 PBL 룸을 모두 개편하게 됐습니다. IC-PBL 교육 역시 PRIME 사업을 계기로 도입이 됐죠. 특히 사업 실행을 위해 정원 이동 대상 학과의 교수님과 학생, 동문들을 만나 7개월에 걸쳐 사업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통으로 구성원과 의견을 합하게 된 것은 매우 값진 성과였죠.
이 외에 초대 경영감사실장(현 감사실)을 수행했던 것을 꼽을 수 있는데요. 임덕호 총장님 재임 당시 총장 정책 수립 및 추진 관리를 돕는 역할과 대학 내 회계 감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총장님께서 자율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단과대학별로 인사와 예산에 대한 권한을 이양하며 책임·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고, 이러한 체계 확립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대학에는 감사실이 따로 없었던 터라 한양이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도 매우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2003년 학연산 클러스터 사업 수주를 통해 산학협력 인프라를 구축한 ERICA 1.0 시대 이후, PRIME 사업을 통해 3S UP 혁신을 이루고 IC-PBL교육 시스템이 본격 도입된 ERICA 2.0의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앞으로 도래할 ERICA 3.0 시대를 잘 이끌어 가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ERICA 3.0 시대는 산학협력 플랫폼을 완성도 있게 구축하는 것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을 위한 1단계로 카카오 데이터센터, 산학협력HUB, 인테그리스 코리아 등 기업 유치를 통해 IT 및 첨단 부품 소재 분야 인프라 구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2단계로 신안산선 한양대ERICA역 개통에 따라 제약회사 및 중앙연구소를 비롯한 한양대병원, 바이오 국책 연구소를 유치하며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두 번째 역할입니다. 이와 동시에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에서 멈추지 않고 산학협력 교육 연계 모델을 만들어 실질적인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 밖에 주안을 둔 부분은 국제화의 질적 고도화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ERICA의 외국인 학생은 다섯 배 이상 증가해 양적인 성장을 거두었는데요. 이젠 질적 성장도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능력 및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열 유학생 유치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동시에 ERICA 학생의 해외 유학, 교환학생 제도를 장려하며 지원하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연구 및 혁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ERICA만의 특화된 첨단 연구 분야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분야와 함께 첨단 방위산업과 같은 미래 첨단 신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한 융합 연구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문사회, 예체능 분야의 발전과 육성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키워드는 문화 산업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류와 같은 키워드를 특성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RICA 3.0 시대는 산학협력
플랫폼을 완성도 있게 구축하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결국 학령인구 감소입니다. 인구 감소는 결국 입학생들의 질적 수준 하향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지요. 현재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 지방 대학 위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재원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대학으로서는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펀드가 많이 줄어들게 되지요. 자칫하면 서울권 대학과 지방 대학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데요. 국제화를 통한 양적 성장과 함께 캠퍼스 혁신파크를 통한 임대수익과 평생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익 사업을 확충하고 RISE 등 정부의 새로운 재정지원 체계에 대응하기 위한 ERICA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대학은 곧 지식 산업의 중심인데, 최근 첨단 분야는 기업이 앞서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지식의 습득 방법도 유튜브, ChatGPT 등으로 발전되고 있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은 첨단 교육을 통한 특성화를 갖추고 동시에 교육 방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식으로서 경쟁하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펼치는 것이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변화된 사회로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인재 모델은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다각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죠. 그런 측면에서 ERICA는 IC-PBL로 대표되는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펼쳐왔고 현장실습을 통한 경험 중심 교육을 지속해 온 것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학생 수요에 맞는 대학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RICA는 150명 정원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학생들의 전공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다양한 융합교육, 대학의 경계를 넘는 학습, 유연한 학사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ERICA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과 관계자들이 혼연 일체가 되어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특성화된 전략과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총장으로서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도전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장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협력해서 학생들과 교직원이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더 높은 목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맡은 책임에 겸손과 열정으로 노력하며 모든 구성원과 소통으로 대학 발전에 기여하는 부총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러한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됨에 감사드리고, 다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