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분말재료학회는 분말재료 연구 및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분말재료학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된 유지훈 박사는 산업 전환기를 맞은 분말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고, 중대형 학회로 성장하기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한국재료연구원의 유지훈 분말재료연구본부장이 한국분말재료학회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지훈 박사는 ERICA 금속재료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동문으로, ERICA가 최초로 배출한 학회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ERICA에나 유지훈 박사 개인적으로나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산업 급변기에 중책을 맡았기에 유지훈 박사의 고민은 깊다.
“아직 일본과의 무역 교류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류의 위축, 전기자동차와 같은 주력산업의 전환 등 분말재료와 관련된 많은 산업이 위기에 놓여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말재료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체질 변화를 이뤄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학회 구성원과 산업계,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분말재료는 덩어리 형태의 금속 또는 세라믹을 작은 가루 형태로 분쇄한 재료를 가리킨다. 이러한 분말을 이용하면 기존의 주조, 단조, 절삭가공 등의 전통적인 성형 기술로 제조할 수 없는 작고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기계, 공구, 전자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분말재료 산업의 90%를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내연기관의 핵심 부품을 분말 공정으로 제조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한 대당 약 11㎏의 분말 부품들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최근 기존 내연기관이 전기모터 구동형태로 바뀌고 있죠. 이에 따라 철계 내연기관 부품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대비해 10여 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의 구동 및 전장 모터의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철계 자성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지능, 3D프린팅 등과 분말재료가 연계되어 분말 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지훈 박사 또한 한국재료연구원에서 극미세 분말을 이용한 3D프린팅 전용 소재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분말재료학회는 분말재료와 관련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산업체에 적용하는 전문학술단체로서 기존 분말 산업의 기술 발전은 물론,산업 변화에 관련 업체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산업의 가이드 소임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분말재료학회는 1993년 한양대학교 故 문인형 교수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며 출범했다. 초기에는 회원 수가 80여 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 기준으로 2,000명을 넘는 어엿한 중견 학회로 발돋움했다. 2006년에는 ‘국제분말야금학술대회(2006 Powder Metallurgy World Congress)’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는 아시아분말야금협회(Asian Powder Metallurgy Association)와 함께 경주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렇게 지난 30년간 학회가 성장하기까지 역대 회장 및 회원들의 노고가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유지훈 박사 또한 학회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성심껏 열의를 쏟아온 이 중 한 명이다.
“1994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정식으로 학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소규모 학회였죠. 조속히 학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회의 실무적인 업무를 적극적으로 담당하며 노력해왔습니다. 학회가 발전해야 연구자들도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고, 후배 연구원들도 보다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한 일념으로 달려온 30년의 헌신이 바탕이 됐기에 이번에 학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회장은 학회의 전체 살림을 관장하며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학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유지훈 박사는 임기 동안 국내외 학술대회를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를 강화하고, 분말 산업의 허브화를 추진해 산업을 대변할 수 있는 공식적인 단체로 승격시키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분말재료학회가 창립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3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과거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30년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미래를 고민하며 중대형 학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후배들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지훈 박사는 학회의 발전뿐 아니라 ERICA의 발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 학위 심사나 산업연계교육 자문위원회 IAB(Industry Advisory Board) 활동, 졸업생 강연 등 ERICA를 떠난 지 3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후배들의 반짝이는 눈망울과 도전적인 자세를 보면 자랑스럽고, 이렇게 함께 교류할 수 있는직업을 택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제가 속한 연구원과 ERICA 간 협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지난해 개소한 한양 환경·에너지연구원(HY-IEET)과 공통의 연구 관심사에 대해 양 기관의 연구 인력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연구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유지훈 박사는 학회나 연구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후배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애정이 넘친다. 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하던 차에 유지훈 박사는 ERICA 재학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듣고 보니 유지훈 박사는 ERICA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제가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ERICA캠퍼스는 매우 열악했습니다. 제 삶도 황량하기 그지없었죠. 하지만 4학년 때 지도교수였던 이재성 교수님을 만난 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은 물론, 학생에 대한 사랑과 진심 어린 교육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ERICA에서 학위를 받기로 결심했죠. 인생의 등대와 같은 은사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저도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따름입니다.”
ERICA 동문으로서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 유지훈 박사는 앞으로도 매사에 열정을 다해 스승 앞에서 자랑스럽고,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동문이 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