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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닷 어워드는 미국의 IDEA, 독일의 iF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그 권위를 자랑한다. 올해 레드닷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부문에서 ERICA 디자인대학 학생들이 Best of Best로 선정돼 이름을 올렸다. 오는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앞두고 수상 팀원 중 권혁우, 이한웅 학생을 만나 구체적인 디자인 스토리를 먼저 들어봤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ERICA 차세대 디자이너들

권혁우 학생(산업디자인학과 20)
이한웅 학생(산업디자인학과 20)

출품작 ‘PerchCare’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혁우. 이번 프로젝트는 최종우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님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스튜디오’ 수업에서 비롯됐는데요. ‘PerchCare’는 구조된 야생 조류의 재활 치료 과정에서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체중을 스트레스 없이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스마트 횃대입니다. 야생동물에 포커싱하게 된 계기는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연, 그 속에서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야생동물에 대한 솔루션과 사례가 다양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습니다.

한웅.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경기도 북부 야생동물센터와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활동으로 피해를 입은 동물의 80%가 조류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특히 조류는 본능적으로 질병이나 이상 증세를 숨기려는 습성이 있어 외형적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조류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인 체중 측정을 통해 원활한 회복을 돕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포박을 통한 측정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피해를 당해 센터에 들어왔는데, 또 한 번 인간의 접촉으로 조류의 습성을 악화시키고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고, 새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횃대를 통해 체중을 측정하는 것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야생동물의 재활을 돕는 치료사들의 입장뿐만 아니라 재활의 주체인 조류의 완전한 회복을 위한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혁우. 초기에는 횃대가 아닌 새장의 형태로 구현이 됐었어요. 새의 치료에 목적을 두고 싶어서 더 다양한 모듈을 채워 넣는 방식을 고안했고, 그러다 보니 형태가 복잡해졌죠. 특히 공모전이라는 특성상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고 직관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설득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죠.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수님께도 피드백을 받았고 아이디어를 덜어내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간결한 형태의 횃대가 이렇게도 치밀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다니 놀랍습니다. 그럼에도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한웅. 무엇보다도 무게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횃대 특성상 무게 중점이 한쪽 벽에 부착되는 방식이다 보니 불균형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부 설계에 관해 공학 계열 친구들과 의견을 나눠 보완하고 싶습니다. 현재 제품은 케이지 벽면에 손쉽게 부착할 수 있도록 진공 흡착판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제품 크기가 작아서 흡착판의 접착력도 제한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올라타게 될 조류의 체중을 기준으로 삼아서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는 설계적 보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조의 변경과 재료 개선, 보조 고정 메커니즘 도입 등 구체적인 개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어야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각자 어떠한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해요.

혁우. 한웅이는 경기도 야생동물 보호센터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기초 작업을 위한 자료 조사와 리서치를 통해 주제를 수립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웅이가 기획 능력이 무척 좋거든요. 반면, 저는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제품으로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지 함께 의논하면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 자리에 함께하진 않았지만 민지와 윤지 학생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이기 때문에 실제 횃대를 이용해서 조류를 케어할 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UX/UI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집중해 디테일을 완성시켰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한웅. 결과물이 좋아서 다행이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서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미팅을 이어가기도 했고, 서로의 의견을 어필하며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것이 비단 커다란 주제가 아니라 디자인에 있어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도요. 팀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값진 노력의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차세대 디자이너로서 어떠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혁우. 어릴 때부터 제 꿈은 사람들이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더 많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제품이 가진 가능성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 제품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조명함으로써, 더 나은 사용자 경험과 의미 있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한웅. 저의 롤모델은 스티브 잡스나 필 나이트처럼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인물들인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일상도 결국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실현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처럼, 다가올 미래 또한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직접 설계하며 구현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신기술, 특히 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기술과 사람의 일상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디자이너를 넘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창업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2025 레드닷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부문 Best of Best 부문에 선정된 'PerchCare'는 구조된 야생 조류의 재활 치료 과정에서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체중을 스트레스 없이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스마트 횃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