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로 불린 제주도. 돌 문화 또한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생긴 것이니 제주도의 문화는 날씨에서 유래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는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모두 받으며,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의 방해 없이 바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또한 한라산이 중앙에 위치해 바람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한라산 주위 360개 오름이 복잡한 지형을 이뤄 바람의 강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칩니다.”
올 1월 제주지방기상청장에 부임한 유승협 동문이 제주도의 바람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제주도는 독특한 기후와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어 기상을 관리하고 예측하는 제주지방기상청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 특히 한라산 주변의 산간 지역과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 지역,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중산간 지역별로 각각 날씨가 다를 뿐 아니라 변화무쌍해 고도 및 방위에 따라 보다 정밀하게 기상 특성을 예측하고 전달해 줘야 한다. 행정구역상 같은 동에 속해도 고도별로 날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행정구역이 아니라 산간 및 해안 지역 같은 고도 기준으로 발송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관광의 도시이기도 하고, 섬 지역이기 때문에 기상에 매우 민감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태풍의 영향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는 곳입니다. 처음 기관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그동안 쌓아온 전문적인 기상업무 정책과 기술, 서비스 등을 제주도에 특화된 기상서비스로 구현해 제공하겠습니다.”
올해 5월이면 기상청에서 근무한 지 20년이 된다는 유승협 동문. 그 20년이라는 기간 중 18년 동안 해양기상 관련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는 기상청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그러다 보니 많지 않은 응용기상 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일본 큐슈대학에서 슈퍼컴퓨터를 활용, 태평양의 해류 및 수온을 예측하는 해양순환 예측모델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기상청의 해양기상 연구직으로 일하게 된 만큼 해양기상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름이 바다를 지나면서 구름 안에 수증기가 증가해 더 많은 비와 눈이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선박 운항 및 어업에 영향을 미치는 파도와 해일을 예측하는 것도 해양기상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어 해양기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유승협 동문은 그동안 해양기상 예측 모델 개발, 해양 위험기상에 대한 대응, 대국민 해양기상 서비스를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근정포장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한 2020년부터 세계기상기구(WMO)의 6개 서비스 분과 중 해양기상 및 해양서비스 분과위원회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의장단에 선정돼 해양기상에 대한 국제적 안건을 심의하고 정책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국제 기상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년 중 나머지 2년은 지진화산정책과에서 일했는데 당시 지진 및 지진해일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측 및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즉, 지진 및 지진해일 정보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전달하는 긴급재난문자 서비스의 전송 속도를 관측 후 20~30초에서 10초 안팎으로 단축하는 데 기여했다.
정부 및 학계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도 함께해야
미래세대에 건강한 지구를
남겨줄 수 있을 것
지난해는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 14도를 넘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제주도 또한 ‘2024 제주도 연 기후 분석 결과’를 통해 가장 더운 여름과 가장 긴 열대야 및 폭염으로 역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이례적인 강수 패턴 등 이상기후 현상까지 보여 도민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었다. 이는 제주도가 기후 변화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최남단에서 기상과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곳입니다. 수온 상승, 강한 태풍, 해수면 변화, 폭염 등은 제주도에서 매우 민감하면서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기상, 기후 변화는 이제 영화 속에나 나오는 그런 현상이 아니라 당장 우리에게 당면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오로지 한 개이고, 지금 지구가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및 학계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도 함께해야 미래세대에 건강한 지구를 남겨줄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늦출 수는 있을 것이라는 유승협 동문은 국가의 기후적응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정확한 기후 예측 및 신속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해양기상과장 시절,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기상해일이나 이안류 같은 특이한 해양위험기상이 발생해 학계 및 산업계와 이를 예측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관기관과 국민에게 실시간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이바지했던 유승협 동문이다.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후 변화 양상을 연구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기상기후정책은 국민들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갖고 일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