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쟁 관련 보도는 전쟁을 치르는 국가와 군대의 철저한 통제 속에 이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는 전장에서 비전투원인 취재 기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투력의 낭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 보도로 인한 작전 보안의 노출은 아군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었기에 언론이 전쟁과 관련된 보도를 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전쟁 보도의 획기적인 전환점은 1차 걸프전(1990~1991년)에서 생겨났다. 미국은 이전의 취재지원 방식과 달리 기자를 직접 전장에 파견해 현장 취재를 허용하는 종군기자 (embedded journalist) 제도를 도입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파견된 미국 CNN 취재팀은 미군 폭격의 시작을 알리는 생방송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안방에서 전쟁을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시대’를 열었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CNN 방송을 직간접적으로 시청했고, 이를 계기로 CNN은 24시간 생중계의 대명사로 국제적인 명성과 권위를 얻었다. 1차 걸프전을 계기로 시청자들이 정확하고 빠른 뉴스를 보기 위해 CNN을 찾는다는 ‘CNN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1차 걸프전쟁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쟁 뉴스의 주요 전파 수단은 CNN과 같은 전통 미디어가 아닌 X(구. 트위터), 유튜브,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되었다. 다수의 기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면 그러한 내용들을 전통 미디어가 받아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유한 휴대폰이 취재장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사는 더 이상 기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 소셜미디어 X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에 긴급 이송되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조회 수가 100만을 넘었지만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장면이라고 소개된 게시글은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청했지만, 확인 결과 비디오게임을 통해 연출된 장면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전통미디어가 그대로 받아쓰는 데 있다. 미디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짜뉴스는 재정적 또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작된다.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과장된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서 여과 없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 관한 보도는 가짜뉴스로부터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 건의 기사, 한 장의 사진, 짧은 동영상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통 미디어는 전쟁 보도에 있어 가짜뉴스 생산을 방지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BBC의 경우 정확성(accuracy)과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고, AP와 로이터 역시 진실성(truth)을 전쟁 보도의 첫 번째 요소로 꼽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전쟁 보도에 있어 시의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사실(fact)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보도를 하는 것, 그것이 전쟁 보도에 있어 미디어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미디어를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제4의 권력이라고 부른다. 대중들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권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수반된다. 전쟁 보도에 있어 미디어라는 권력에 수반되는 책임은 정확성이다.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전쟁 보도를 통해 미디어의 책임을 다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