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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현 센터장과 마이크로바이오옴 연구센터 연구생들

개인별 약효 차이가 장내 미생물 때문?

지난 6월에 개소한 ‘약물대사마이크로바이오믹스연구센터(이하 센터)’는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약물 반응 차이를 연구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용어가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우리 몸의 미생물 생태계를 이르는 말로, 알고 보면 장내 미생물이나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처럼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개념이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식단이 유행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업체가 늘고 있다. 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약물학을 접목시킨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Pharmacomicrobiomics)’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약물 반응성입니다. 같은 약인데 누구에게는 효능이 있지만, 누구에게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죠. 현재까지는 환자별 유전적 차이가 예측지표로 주로 연구되었지만, 약물에 대한 반응 차이를 유전자로만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환자별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약물 반응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유혜현 센터장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한 약물의 유효 농도 변화, 약효 발현 조절 및 기전을 규명하고, 약물의 치료효능 극대화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최근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맞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의학이나 정밀의학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추세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이와도 궤를 같이한다. 식생활, 질병, 기타 환경적 요인 등으로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은 다 다른데 이에 착안해 맞춤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실정입니다. 또한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 연구는 임상시료, 약물치료, 약물 동태, 약물 작용, 미생물학, 정보학, 시스템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본 센터에는 한양대 약학대학 교수 9명,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 1명, 한양대학교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의 임상의 2명, 연구책임자급 12명을 포함해 총 50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죠. 세계적인 선도 연구그룹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연구인력입니다.”

본 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약물학을 접목시킨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Pharmacomicrobiomics)’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약물의 치료효능 극대화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유혜현 센터장은 약물 치료 및 임상 성공률을 높여 정밀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를 연구하는
최적의 연구센터

특히 센터의 연구진은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의 각 핵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네이처(Nature)』,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거트(Gut)』, 『JOH(Journal of Hepatology)』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탁월한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 환경도 우수하다.

PCR, HPLC, IR 등의 기본적인 장비부터 고분해능 질량 분석기를 비롯한 고가의 분석기기를 갖추고 있으며, 실험동물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 연구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연구센터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우리나라의 기초연구를 육성하는 집단연구사업인 선도연구센터 선도사업(MRC)의 기초의과학 분야에 선정된 것이다.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 연구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신 연구 분야로 부상했으나 프로젝트 기반 연구센터는 아직 부재한 실정이며, 주로 미생물이나 의학 연구 그룹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기초의과학 분야 선도연구센터 선도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부족했던 약학 전문가 주도의 약물 중심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센터는 본 사업을 통해 7년간 총 94억 5천만 원의 사업비를 받고, 학교로부터 연구 공간과 장비, 연구비 등을 지원받는다. 또한 씨젠의료재단, J2H바이오텍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 4개년까지 1단계의 목표는 약물 반응과 관련된 마이크로바이옴을 도출하는 것이고, 마지막 3개년의 2단계에서는 도출된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제 작용을 검증하고 연구 플랫폼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약동학적, 약력학적 측면에서 약물의 반응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약물 반응 마이크로바이옴 마커를 도출해 약물의 치료 효과를 최적화할 수 있는 제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약물 치료 및 임상 성공률을 높여 정밀의료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센터는 기초의과학자 및 약과학자 양성과 젊은 과학자 채용 등 인력 양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도적인 글로벌 연구센터로 도약

한편, 본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씨젠의료재단, 간질환 치료제 신약을 개발 중인 J2H바이오텍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두 업체 모두 기존에 센터 내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 기회에 협업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씨젠의료재단과는 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상관관계를, J2H바이오텍과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후보의 약물 반응 개인차와 마이크로바이옴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다.

“기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항암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 대한 신약후보물질과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상관관계를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신약후보약물 시험 시 임상 효능의 신약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치료 비용이 높은데 반해 치료 성공률이 20~30%로 낮은 편인데 장내 미생물 프로파일을 접목해 항암제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J2H바이오텍과의 공동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실제 신약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지 입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혜현 센터장은 센터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각 핵심 연구원들의 연구 방향, 상호유기적인 공동연구 전략, 산학 및 국제협력 전략, 기초의과학자 양성 전략을 제시해 저희 연구센터가 파마코마이크로바이오믹스 분야에서 세계적이고 선도적인 연구센터로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편, 기초의과학자 및 약과학자 양성과 젊은 과학자 채용 등 인력 양성에도 힘쓸 방침이다. 더불어 해외 공동연구, 산학협력 및 산업화와 임상연구 전략을 통해 의약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