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우승으로 승리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가는 한양의 사자군단과 사령탑 김기덕 감독
지난 7월 29일 충북 보은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연세대와의 결승전. 5일 연속 게임을 이어오며 선수 모두가 지쳐 있는 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우승을 목전에 두었기에 전의를 다지며 그라운드에 올랐다. 결승전 경기에선 초반까지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1회 말 연세대의 연속 안타와 3루타, 연이은 적시타로 2회까지 4점 차까지 벌어진 것. 하지만 야구는 길게 봐야 아는 법. 중간 계투로 올라온 김성민이 4이닝을 소화하며 7개의 삼진을 잡아 무실점으로 경기를 책임졌고, 연세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는 데 성공했다. 연일 마운드에 올라 어깨도 마음 같지 않았을 투수의 사정을 김기덕 감독도 모르지 않았을 터. 부담을 지더라도 선수 기용에 있어 승부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번 대회가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선발 투수들이 예상외로 빨리 교체해야 할 때마다, 감독으로서 믿고 있는 에이스를 빼기가 부담스럽거든요. 그렇지만 과감하게 교체한 게임마다 선수들이 아주 잘 막아준 것 같아요.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았죠. 특히 두 번째 올라간 선수들은 주자가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닝을 소화해 주었기 때문에 팀이 다시 역전할 기회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이번 전국대학야구 선수권대회의 우승이 값진 이유는 ‘처음’이라는 의미 때문이다. 사자군단의 명성이 자자하던 시절, 재학생 선수로서 숱한 우승을 경험했던 김기덕 감독이지만, 한양대 야구부의 지도자로서는 그 역시 첫 우승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제가 한양대 야구부의 지도자로 함께한 지 20여 년이 됐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요. 선수 시절에 우승을 거두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터라 큰 감흥을 못 느꼈지만, 감독으로서 거둔 이번 우승은 저에게도 너무나도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대회에 임하는 김기덕 감독도 그동안 더그아웃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는 소문이다. 언제나 말없이 과묵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이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힘껏 소리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비록 그 외침이 마운드까지 미치지 못했을지라도,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과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온 관중들만큼은 감독의 함성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열정적인 함성은 한양대 야구부의 열정, 승리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20년간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멘털 코칭을 해봤지만, 이번에는 특히 소리를 좀 크게 질렀습니다. 오죽하면 경기로 보러 오신 학부모님들도 감독님이 올해는 유난히 소리를 많이 지르신다고 말하셨다더군요. 결승전에서 4:0으로 초반 점수를 내준 후, 흐름이 한번 꺾이면 팀 분위기가 침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더 파이팅을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큼은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주장 조진우 선수도 4점쯤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감독의 외침과 함성에 화답했다. 조진우 선수는 “졸업을 앞두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을 때 우승하게 되어 기쁘다”라면서 “캡틴으로서의 무언가를 보여달라는 압박이 오히려 기분 좋은 압박으로 다가와 책임감으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고, 덕분에 결승전에서 3안타를 치면서 역전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결승타를 만들어낸 소감을 전했다. 감독과 선수, 서로를 향한 믿음이 야구라는 기나긴 싸움을 버티고 마침내는 승리로 이끈다.
충북 보은스포츠파크에서 있었던 결승전.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는 선수들의 모습(자료제공: 한양대 스포츠 매거진 사자후)
오랜 시간 동안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기 위해 지도해 온 김 감독은 특히 올해 제주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놀랍게 성장한 모습을 발견했다. 작년에 아쉽게 놓친 우승도 올해는 가능하리라 확신한 순간이 있었다고.
“결정적인 순간에 막아줄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가 필요했어요.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 2년 차 선수 중에 서준오 선수가 일단 투수로서 투구 속도가 140km에서 150km까지 올라왔죠. 확실히 중요한 게임마다 집중력을 보여주고 좋은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종환, 김승주, 임성규까지. 주루 플레이에서 남다른 센스를 발휘한 3인방은 언제든지 도루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된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상대편 투수를 흔들며 팀의 다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선수들의 탁월한 실력도 있었지만, 그러한 선수들에 대해 한결같은 믿음을 보여준 김 감독이 있었기에 선수들 또한 마음껏 제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
선수들 역시 이번만큼은 자기 자신과 팀을 믿는 믿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제3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수단에 이름을 올린 심건보 선수는 위기마다 중요한 타점을 내면서 팀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심 선수는 “경기마다 상대 팀에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크게 기복 없이 해낸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담담히 소회를 전했다. 프로도 종종 그렇지만, 팀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될 때가 있는데, 이준혁 선수도 이번 대회에서 마무리 투수로는 처음 등판했다. 이준혁 선수는 “늘 선발투수로 기용되다 준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마무리 투수로 올라갔는데, 삼진 6개를 잡아내며 승리를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라며 새로운 가능성과 경험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투수와 좋은 합을 보인 포수 박도현 선수는 “서로를 믿는 믿음으로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기에 가능했던 결과”라며 안방마님다운 듬직함을 나타냈다. 포수로서의 결과도 좋았지만, 박도현 선수의 장타력도 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결승전 4타수 2안타 3타점 1홈런을 기록해 공수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로 그 역량을 충분히 입증했다.
이처럼 뛰어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한양대 야구부에 넓게 두루 포진되어 있다. 이러한 선수들이 더욱 넓은 무대에서 빛나길 바라는 것은 김기덕 감독과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두의 바람. 선수들의 감독이자 선배로서 김기덕 감독은 진심 어린 응원의 말을 전했다.
“프로 스카우터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는 자랑할 것이 무척 많아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야구는 선수 생명이 타 종목에 비해 긴 만큼, 대학 야구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과 미래를 지켜봐 주면 좋겠습니다. 이들이 프로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면 한국 야구에도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통령기 대회를 준비하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은 승리를 향한 전의를 다졌다.